5월 15일 저녁 본사 소회의실에서 SBS 기술인협회가 주최한 <디지털 방송 전송 방식 공청회>가 열렸다. 유럽방식쪽은 박성규 기술운용팀 차장과 한웅 위성중계실(뉴스텍) 사원, 미국방식쪽은 박영수 기술운용팀 부장이 패널로 나왔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각 부서에서 참석한 기술인 등 30명 가량의 방청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럽방식으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쪽과 현행 미국 방식의 DTV 규격을 유지하자는 쪽의 토론이 2시간여 동안 진지하게 진행됐다.
유럽방식쪽 발제자로 나온 박성규 차장은 무엇보다 현행의 DTV 규격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에서 비롯하고 있는 이동수신과 실내수신의 취약성을 강조하며, 이에 대해 상대적 우월성을 갖고 있는 유럽방식으로의 방식 변경을 주장하였다. 유럽방식은 미국방식이 구현하는 HD와 고정수신은 물론이고 다음과 같은 고유한 특장점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 멀티패스(고스트)에 강한 신호 전송 ▲ 산악지형과 도심지, 아파트 생활권에 유리 ▲ 이동수신 상용화 가능, 휴대수신 및 실내수신 편리 ▲ 단일주파수망(SFN)으로 주파수 절약, 난시청 해소 ▲ 계층변조에 의한 이동수신과 수신영역 확대 ▲ 데이터방송 호환성으로 방송과 통신 결합 등이다.
박성규 차장은 또, 방식 결정과정에서 국내 산업의 미국 시장 진출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산업적 논리가 결정적인 작용을 하게 됨으로써 방송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시청자의 이익을 도외시했다고 비판했다. 단지 안방극장으로서의 기능으로만 DTV의 미래를 국한 시킴으로써 미래 방송 시장에서의 타매체와의 경쟁력 저하 및 이동수신 시장의 포기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유럽방식으로의 변경을 주장하는 패널 측에서 준비한 비디오 테이프 화면이 눈길을 끌었다. MBC에서 실시했던 방식 비교 시험 때 수행했던 이동 수신 측정의 모습을 녹화한 내용으로 이동수신시 차가 조금만 움직여도 수신이 안 되는 미국식에 비해 90Km이상의 속도에서도 깨끗한 화면이 수신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에 대해 박영수 부장은 올해 링스사의 캐스퍼라는 DTV 수신칩이 개발돼 시험 결과 실내수신 장애를 해결하고, 보행속도의 이동수신이 가능하게 됐다는 NAB 발표를 인용하면서, 현재 미국방식의 문제점들은 향후 기술발전에 따라 극복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 부장은 이와함께,”디지털 방송 기술은 개발된지 얼마 되지 않아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만큼, 지금 디지털 투자를 멈추고 관련 산업이 몇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박 부장은 특히 “유럽방식으로 재검토를 주장하는 근거로 언급되는 비교시험 결과는 신빙성과 객관성이 없고, 시중에 나도는 대부분의 정보는 유럽방식의 장점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지금은 미세한(?) 기술적 우위를 따질 것이 아니라 디지털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유럽방식을 주장하는 쪽은 기술적 우위와 시청자 및 방송업계의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지금이라도 미국방식을 유럽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미국방식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이미 결정된 방식을 되돌릴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감수하기 보다는 아직 가능성이 있는 기술적 보완에 기대를 걸고 가던 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이처럼 현 단계에서 기술적으로는 유럽방식이 우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우선순위에 대한 입장이 크게 엇갈림에 따라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하고 끝났다.
석정수 SBS 기술인협회 회장은 “입장 차이가 큰 만큼 기술인들 각자 스스로 판단해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