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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갈무리] DTV 특집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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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02-05-23 01:00:00
조회수
1030
[DTV 특집] 시청자 무시하는 정통부


졸속행정

국내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가 설립된 것은 지난 97년 3월. 실질적인 연구와 논의는 위원회로부터 하청을 받은 TV방송분과위원회가 고작 5번의 회의와 1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6개월만에 연구보고서를 만들었고, 2개월 후 이 보고서가 정부정책으로 공식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미국방식(ATSC)과 유럽방식(DVB-T)의 성능 비교실험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당시 국내 방송 주파수 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럽방식 장비가 없어 비교실험은 불가능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없었던 것은 유럽방식 장비가 아니라 정책부서의 노력이었다. 95년에 이미 유럽방식 장비가 출시되었고, 간단한 조작을 거쳐 튜너에서 필터만 조정하면 충분히 국내 주파수 대역에서도 성능 비교실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말바꾸기

정통부는 디지털TV 전송방식 결정과 관련해,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한 타이완이 다시 유럽방식과 미국방식의 비교시험을 실시한다고 했을 때, 정통부는 타이완의 시험 실시는 형식일 뿐, 당초 계획대로 미국방식을 추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타이완이 비교 시험 뒤 유럽방식으로 변경하자, 누가 이동 차량에서 TV를 보느냐고 코웃음 쳤고, 이동수신의 필요성이 사회전반에서 고조되자, 최근엔 2년 내에 이동수신을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미국방식이 어떻게 이동수신을 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해서 정통부는 대답을 못하고 있다.

시청자 무시

정통부는 이미 디지털TV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피해 때문에 방식을 변경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얘기도 한다. 이미 수십만대의 디지털 TV가 보급됐다는 것이다. HD급과 함께 SD급을 포함시키더라도 10만대 전후에 불과하다는 유통업계의 판매통계로 굳이 반박하지 않더라도 정통부의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없다. 성급하게 방식을 결정하고 나서 이미 팔린 수상기 대수를 핑계대는 것은, 결국 보급 대수가 늘어나 대세가 굳어지기만 기다리겠다는 발상임을 반증한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빨리 방식 변경을 검토하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길일 수도 있다.
미국방식이 이동수신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정통부는 ‘이동수신은 통신에 맡기고, 방송은 HD만 맡으라’는 식의 논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통화료와 부가서비스이용료를 내면서 봐야 하는 통신과, 광고만 봐주면 되는 방송 중 어디를 이용하는게 시청자의 이익인지 정통부는 애써 모른 척한다.

업계 논리만 대변

정통부가 미국방식을 선정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 기업들이 4백조원에 이르는 미국 시장을 먼저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디지털TV 수상기의 가격이 아직 너무 비싸기 때문에 시장형성이 정통부의 생각만큼 빨리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8년부터 디지털 방송을 시작해 완전 전환시기를 2006년으로 잡았던 미국도 사실상 이 계획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미 가전협회도 2020년쯤이 되어서야 미국 시청자의 85%가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방식이건 유럽방식이건 수상기의 생산은 국내 표준과 별로 상관이 없다.
디지털 방송의 가장 큰 목적은 방송품질의 향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아날로그 방식에서 봤듯이 한번 결정되면 반세기 넘게 바꾸기 어려운 전송방식은 철저히 시청자를 먼저 고려하는 지상파방송의 이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작성일:2002-05-23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