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이 흔들리고 있다. 월드컵 관련 정기 프로그램인 ‘신바람월드컵’이 방송시간 불과 일주일 전에 확정되었고, 지난 13일 방송된 ‘민영방송의 날 특집’ 프로그램도 방송시간 10여일 전에 편성이 졸속으로 결정되었다. 골프중계가 갑자기 잡혀 정규프로그램 시간을 잠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신바람 월드컵’은 현재 PD 3명이 교대로 매일 생방송 45분을 연출하는 ‘초인적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결사항전하는 것이 SBS의 정신이라고는 하지만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중대사를 앞둔 방송사에서 ‘대비가 지나치게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2002 한일 월드컵’ 유치가 6년 전에 확정되어 그야말로 범국민적인 행사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월드컵 개최를 불과 한달여 앞두고 고정 프로그램을 편성해 제작인원을 무리하게 차출한 것은 장기적 안목 부재라는 SBS 편성의 취약점을 극명하게 노출시킨 것이다. 타 방송사들이 월드컵방송 전담팀을 만들어 일찌감치 실전투입에 대비해왔던 사실과 현격히 비교된다.
‘민영TV의 날’ 관련 프로그램에서도 편성의 문제점은 또 한번 드러났다. 당초 회사측은 민영TV의 날 당일인 5월 14일 낮에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그런데 5월 13일 저녁시간에도 ‘민영 TV의 날 특집 프로그램’을 하나 더 편성해 제작부서에 통보했다. 그러나 고정프로그램인 ‘아는 것이 힘이다’까지 한 주 일찍 하차시킨 뒤 특집 프로그램을 무리하게 편성하자 제작부서에서는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GA 골프중계가 있을 때마다 모닝와이드 방송진은 신경을 곤두세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경기상황을 생동감있게 전달하기 위해선 다소간의 무리가 있더라도 긴급편성하는 일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내선수의 경기가 아닌 경우에도 현장을 연결해 생방송시간을 잠식하기도 한다. 편성이 원칙을 갖고 대처해 왔다면 스포츠본부와 제작본부의 요구를 좀더 지혜롭게 조화시키지 않았겠느냐는 게 제작실무자들의 의견이다.
살아있는 방송을 다루는 기술인 만큼 편성은 상황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까우므로 편성권자나 실무책임자의 선호에 따라 편성내용이 결정될 수 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원칙은 확고해야한다. 그것은 장기적인 전략과 안목이다. 방송시간 며칠을 앞두고 덤벙대는 후진적인 행태는 개국 12년을 맞는 SBS에서 이제 사라질 때가 되었다.
[뉴스 정시성 확보 시급]
빼고, 바꾸고...시청자 혼란
시청자 약속차원 제시간 지켜야
SBS 뉴스가 표류하고 있다. 방영시간을 제때 지키지 못한채 다른 프로그램에 밀리거나 앞당겨 아무때나 방영되기 때문이다. 10시 40분 [뉴스와 생활 경제], 12시 [SBS 뉴스], 4시 [SBS뉴스], 5시 [뉴스퍼레이드], 새벽 0시20분 [SBS 나이트라인]의 일반뉴스가 5월 이후 제시간을 지켜 방송된 날이 손에 꼽힐 정도다. 아예 방영되지 않는 날도 있다.
일례로, 5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오후 4시에 방영되는 [SBS뉴스]는 없었다. 이바람에 오후시간대 첫뉴스를 보기 위해 SBS에 채널을 맞췄던 시청자들은 헛수고를 해야했다. 민영방송의 날 특별방송으로 결방한 탓이다. 24시간 종일 방송을 시작하면서 시청자에 대한 [뉴스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신설한 낮 12시 [SBS 뉴스]도 4월 29일부터 5월 17일까지 3번이나 방영되지 못했다. 18분이나 방송하는 오전시간대 중형 뉴스프로그램인 [뉴스와 생활 경제] 역시 원칙 없기는 마찬가지다. 비록 빠지는 날은 없었지만 방영시간대가 멋대로였다. 5월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 특집을 위해 20분, 5월 1일엔 [중국축구 특집]을 위해 40분 늦게 시작하는 등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 월드컵 기간 중 [SBS 나이트라인]은 밤 12시대와 1시대를 오르내리며 곡예를 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뉴스가 다른 프로그램 앞뒤에서 시간이나 때우는 쿠션용”이냐는 지적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뉴스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방송의 특성상, 특히 월드컵이라는 대사를 맞아 각종 중계와 특집프로그램으로 편성에 어려움을 겪는 점은 이해할수 있다. 그러나, 특집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이듯 뉴스 또한 시청자들을 위한 중요한 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뉴스는 정확성과 사실성을 생명으로 한다. 자기 방송시간 조차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약속하지 못하는 뉴스를 시청자들이 신뢰할수 있을까? 비록 시간이 줄거나 늘더라도 제시간을 지키는 정시성 만큼은 시청자에 대한 약속차원에서 꼭 실현시켜야 한다는 인식전환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