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국 모 간부가 제작비를 지원받는 대가로 관련업체의 기사를 내보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돈을 받아 개인 목적으로 사용한 일은 없고, 제작비는 업체로부터 '생활경제'프로를 제작하던 외주 제작사로 직접 건네졌다고는 하지만, 뉴스 보도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그 간부 개인의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SBS 뉴스 전체의 이미지와도 관련되는 중대한 사건이다. 최근 언론인 비리가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 불거진 이 문제에 대해 몇 가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사태는 무리한 제작비 삭감이 가져온 필연적인 렬과라는 점이다. IMF이후 광고 시장 약화를 핑계로 회사는 임금삭감과 함께 제작비 기준을 대폭 하양 조정했다.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의 경우 제작자가 전액 협찬을 받을 것을 강요당하고, 기자 취재비도 8년전에 비해 오히려 25% 깎였다. 보도 프로그램에도 광고 수주 압력이 공공연히 가해지는 상황에서 제작비를 지원하겠다는 업체의 제의를 회사 간부가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보도의 공정성이 자본의 논리에 잠식당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제작 행태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오직 예산절감 차원에서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회사의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언론인의 행동에 면죄부가 주어지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언론은 사회의 부정, 비리를 고발하는 역할을 수행해왔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비리는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언론인과 관련된 문제가 생기면,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보다는 출입처 기자들을 통해 무마하기에 바빴고, 언론의 위력을 익히 알고 있는 사정기관들은 언론인을 처벌하기보다는 언론과 타협하는 쪽을 택했다.
최근 언론인 비리가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요즈음 갑자기 언론인 비리기 늘어서가 아니라, 예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사안들이 이제는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자이기 때문에, 피디이기 때문에 어물쩍 넘어갔던 일들이 이제는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비롯해 최근 SBS직원들과 관련해 떠돌고 있는 여러 풍문들도, 과거에는 없던 일로 넘어갈 수 있던 일들이 문제로 부각된 측면이 많다. 당사자들은 관행처럼 있었던 일이라고 억울해할지 모르지마느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 한다고 외쳐왔던 곳이 언론이 아니던가. 그동안 자신의 문제는 덮어둔 채, 다른 문제만 건드려왔던 언론에게 사회가 개혁의 깃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언론인들도 자신이 특권층이라는 생각을 버릴때가 됐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언론인 사정분위기가 정부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언론인의 비 윤리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언론개혁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현 정부의 의지가 비리 언론인의 사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권의 의지가 어떻든 간에, 그런 정권의 의도가 먹혀들어갈 수 있을 만큼 언론계의 비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정의 칼날이 왜 언론계를 향하고 있는가에 불만을 품기보다는, 그런 사정의 날이 곶힐 수 있는 지금의 언론 풍토를 반성해야 한다 이제 우리 자신이 개혁의 깃발을 올려야 한다. 작성일:1999-07-10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