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노조가 노보 창간호를 낸지 이제 2주일째다. SBS 노보는 정말 유감스럽게도 창간호부터 거의 筆禍에 준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창간호 노설로부터 비롯된 이 상황은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실 발단은 어찌보면 사소한 일이었다. 노설 난에 실린 문제의 글의 취지는 보도국의 논의 구조가 지나치게 하향 일변도이고 이런 와중에 일선 취재기자의 목소리는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런 사례의 하나로 지하철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 보도 건이 언급됐다. 그런데 이 노설을 둘러싼 각 이해 관계자들의 언행은 노설이 지적하고자 했던 보도국 논의 구조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렴풋했던 문제가 더욱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부서 이기주의와 사실 확인
우선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부서 이기주의다. 지하철 파업이라고 하는 사안이 관련된 것으로 지목된 부서들의 반응을 보자. 한 부서에서는 노설이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거짓 예를 들고 잇다며 중간 간부들이 항의했다.
그러나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것은 노설을 쓴 노조가 아니라 자기가 아는 것은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왜냐하면 노설이 사례로 거론한 기사기 씌어진 경위는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떤 부서에서는 부서장이 직접 노보 편집 책임자를 불러 문제의 기사를 쓰도록 하는 과정에서 '강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압'적으로 기사를 쓰게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은 지시를 받는 쪽이 어떻게 느끼는가와 주변 정황으로 더 잘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해명하는 과정이 강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여간에 이들이 한 행동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왜 하필 우리 부서를 문제삼느냐'는 반발이었다는데 있다. 물론 사안 자체로 봐서도 이 지하철 건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결정적인 것들이 있다.
이런 면에서 이번 소동이 사소한 일에서 비롯됐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노설이 말하고자 하는 전체적인 뜻보다는 자기 부서의 일이 거론되는 것이 더 급했고 다들 자기 입장에서 노조를 몰아 세웠다.
비판에 대응하는 방법
두 번째로 생각해볼 것은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풍토다 이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 모르겠으나 기실 보도 부문만이 아니라 우리 회사 전체의 문제기도 하다. 우리는 다들 남들을 비판하는 언론인답지 않게 너무나 "Gentle"하다.
상급자의 지시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 내부로부터, 그럿도 아래로부터의 비판에 대해서는 사실 어찌할 바를 잘 모르는 것이다. 비판은 커녕 자신과 다른 의견 제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렇게 "Gentle"한 것이 면전에서 그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만이나 의견차이는 항상 있게 마련이고 이것이 양성적으로 표출되지 않으면 음성적으로라도 새기 마련이다.
이것은 건건하고 성숙된 조직문화가 아니다.
내부의 비판에 대해 우리는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자신을 비판한 상대방이 다시는 그런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입을 봉하는 것을 뜻한다고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완벽한 오해다. 정말 적극적인 대응법은 비판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이 주는 가르침을 발견해 내고 앞장서 수용함으로써 다시는 동일한 비판이 나올 이유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아예 비판하는 입을 봉해버리는 것은 모순을 속으로 자라게 하는 극히 위험하고 소극적인 태도다.
논의 구조의 활성화 절실
노보 편집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이곳저곳 불려 다니는 모습은 정말 오래 기억에 담아 두고 싶지 않은 볼썽사나운 것이었다.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는 가히 맹목적인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향해 있는 언론에 대해서는 일반 시청자들보다 더 무지막지하게 행동하는 즐겁지 못한 기억을 오래 간직해서 무엇 하겠는가. 물론 열심히 일하는 사람, 의욕이 앞서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정말 하고자 하는 바를 남들이 몰라주고 오해할 경우 더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 그러나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내가 열심히 하고 의욕적으로 일한다고 해서 그 일이 반드시 옳은 일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럴수록 더욱 내부의 비판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지 않으면 독단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노조에서도 이번 사태가 던져준 여러가지 가르침을 되새기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보도부문은 물론 회사 전체의 취약한 논의구조를 되돌아 보게 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 즐겁지 못했던 이번 사태를 경험삼아 우리들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자. 자신조차 돌아볼 겨를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남을 비판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