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12일 새벽 사내 게시판과 각 부서에 연봉계약직의 현실을 고발하는 문서가 뿌려졌다. 이에 회사는 긴장했고 부랴부랴 문서 제거 작업을 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언제까지 회사가 비윤리적인 임금정책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는 SBS 영상제작팀에 근무하는 연봉직 사원입니다. 현재 연봉직 사원들의 비현실적인 슬픈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이런 작은 지면을 통해 비참하고 원통한 현실을 말할 수는 없지만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지금 대부분의 연봉직 사원은 IMF이후 삭감된 임금 80~90여만원의 급여로 처자식과 함께 생계를 꾸리고 있습니다. 무척 힘이 듭니다. 미래도 보이질 않아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4년제 업무관련대학을 졸업하고 장학금으로 대학원을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일반직 사원과 똑같은 일을 합니다. 단 입사조건이 연봉직이란 이유로 너무나도 차등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단지 입사조건이 일반직과 연봉직이라는 이유라면 어느정도의 차이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왜 이토록 비참한 마음이 들도록, 식구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도록 차이가 나야합니까?
타방송사의 연봉직 사원들은 이처럼 슬픈 대우는 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SBS 연봉직 사원들만 두자리 단위의 월급으로 생명을 구차하게 이어가야 합니까? 학벌이 부족한가요? 아니면 일반직과 하는 일이 다른가요? 아니면 바봅니까? 손이 없나요? 발이 없나요? 왜 회사의 편리한 생각으로 이런 연봉직을 만들어 우리의 인생을 보잘 것 없게. 그 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줍니까?
<싫으면 나가라>라고 어느 대선배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방송의 큰 꿈을 안고 입사한 사람에게 이토록 마음의 상처를 입히고 그나마 좀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몇년이 지났지만 이제는 그 그족들도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서<싫으면 나가라>라는 말씀을 듣는 저희는 삶 자체를 포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적어도 이런 식의 연봉직 제도는 없어져야 합니다.
정말 열심히 일합니다. 우리 영상 제작팀의 사원들!
몇몇 회사를 마실 다니듯 오가며 고액 연봉을 받는 선배님들을 보며 화는 나지만 그래도 저희 영상제작팀 연봉직 사원들은 방송에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합니다. 일반직과 똑같은 일을.
한가지만 바랍니다. 지금의 급여로 계속 일을 해야 한다면 거기에 걸맞는 일을 시켜주세요.예를 들어 일반직 선배님들의 심부름이나 무거운 장비를 나르거나 하는거 말이죠.
언젠가 연봉직 사원이 일반직으로 전환된 적이 있더군요. 지금 그 밑에서 같은 학벌의 후배들이 똑같은 일을 하며 바늘구멍보다 작은 희망을 가지고 삶을 점점 포기해가고 있습니다.
이런곳이 대한민국 하늘 어디에 또 있을까요? 정말로 정말로 슬프고 애통합니다. 저희에게 작은 희망을 주세요. 아주 작은.
저희 영상제작팀의 사정만 말씀드려 타부서 연봉직 사원들께 죄송하구요. 얼마전 결혼을 앞둔 동료가 이런저런 사정을 알게된 배우자 집안의 반대에 부닫혔답니다. 지금 그 동료는 헤어짐의 아픔과 현실의 비참함을 어렵게 견뎌내고 있습니다. 작성일:1999-07-26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