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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빠리에서 온 편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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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1999-07-26 01:00:00
조회수
1413
빠리에서 온 편지 3
"알퐁스토데'의 작은 마을 '아를르'의 축제는 그야말로 축제를삶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 그들의 지혜가 돋보였습니다. 그건 행사를 행사로서 치르느냐 행사의 기본의도를 충실히 살리느냐 하는 간단한 생각의

안녕하신지요
간간이 들여다 보는 인터넷을 통해 엿보는 서울의 소식이 밝지만은 않아 이곳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와 관계없이 종종 의기소침해지기도 합니다. 특히 지난번 화성의 씨랜드 참화 소식은 이곳의 언론에서도 다뤄져 낯뜨겁기가 그지없었습니다. 언제까지 그런 뉴스로만 다뤄져야 할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곳은 이제 한 여름으로 접어 들어 본격적인 바캉스철을 맞았습니다,빠리에선 빠리지앵들을 찾아보기 어렵고 그들을 대신해 이방인 여행객들이 빠리의 거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상제리제'에선 프랑스말보다 영어를 더 쉽게 듣게 되는 것도 요즘의 진풍경일 겁니다.
이와 함께 프랑스 곳곳에선 다양한 축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만큼 지중해 연안의 작은도시들에선 자기들만의 특색을 살린 많은 문화행사가 한창이죠, 지난 주말 남 프랑스의 작은 도시인'아를르'를 찾았습니다. 우리에겐 아마 비제의 오페라'아를르의 여인'이나 '알퐁스도데'의 우화에 나오는 작은 마을로 귀에 익었을 겁니다. 빠리에서 TGV를 4시간동안 타고가야 닿는 그야말로 시골의 아주 자긍ㄴ 마을입니다.
그 작은 마을에서 벌써 30년째 국제 사진페스티발이 열려 이맘때쯤이면 세계 곳곳의 사진작가와 애호가들이 만나 서로의 작품을 내보이고 정보도 교환하며 작가들은 후원자를 만나기도 하고, 또 후원자들은 좋은 신인작가를 발굴하기도 하는 소중한 문화 마당역할을 합니다.그런데 재미있는 건 세계의 유명작가 작품을 한자리에서 다 볼 수 있다는 사실보다도 축제를 여는 '아를르'사람들이 축제를 진행하는 모습이었스빈다.
'아를르'는 프랑스 남부의 여느 도시처럼 로마의 유적과 중세의 유적을 잘 간직하고 있는 마을입니다.그들은 이런 마을의 특색을 최대한 살려 골목 골목 아무개의 호텔에서 (그곳의 호텔이라고 해봐야 우리의 여관정도 수준에 불과하지만) 또는 아무개 집의 큰 홀에서 그리고 마을의 공회당과 은행 또 중세의 유적인 성당의 회랑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만남의 장소를 마련해 축제를 진행해가고 있었습니다.
축제, 행사하면 우선 뭔가 보여줘야 하는 강박관념과 권위적이기까지 한 행사장 건물에 익숙한 저로서는 처음엔 무척 낯설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축제는 그야말로 마을 전체가 한돼서 이뤄지는 진정한 축제였고 또 저 같은 이방인에게는 축제를 즐기며 도시의 곳곳을 샅샅이 돌아보게 하는 좋은 여행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 골목을 돌아서 중세의 성당을 지나 로마의 야외극장을 찾아가면 그곳에선 밤을 기다려 슬라이드쇼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골목을 돌아 내려가 반 고흐의 카페를 찾아가면 지구촌 곳곳에서 온 친구들과 예술을 논하며 포도주를 마실 수 있는 곳.
그야말로 축제를 우리의 삶 속으로 자연스게 녹아들게 한 그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것이죠.
왜 똑같은 행사를 치르면서 우리는 저들처럼 해내지 못하는가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건 아마 행사를 행사로서 치르느냐 아니면 행사의 기본의도를 충실히 살리느냐 하는 간단한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게 아닐까 합니다.
외형적으로 거창하고 화려하게 치러야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한다면 '아를르'라는 작은 마을에서 열리면서도 성황을 이루는 내실 있는 행사를 우리는 결코 가질 수 없을 겁니다.
그 행사가 왜 있어야 하는지..
본래의 목적에만 충실하다면,어떤 모습을 할 건지는,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한 마련하는 합리주의 정신에 따르면 될 것입니다. 이같은 기본에 충실하고자 하는 생각이 부족해 씨랜드 참사 같은 사고가 또 다시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문화의 현장에서 우리의 아픈 상처를 다시 되새겨봤습니다.

송영재
대의원
작성일:1999-07-26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