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녹취록 파문은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폭로 이튿날 여야 공방의 형식으로나마 SBS의 전파를 타고 방송됐다. 하지만 정치권력이 현행법을 정면으로 위반해 가며 방송에 개입하는 비상식적 행태가 파문 당일 녹취 파일과 당사자의 반응이 다 확보된 상황에서도 적절히 소화될 수 없었던 SBS 뉴스의 현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이정현 녹취록 관련 파문이 갖는 사안의 중대성을 몰라서 이런 식의 뉴스편집을 했다고 해도, 반대로 사안의 중대성을 너무 잘 알아서 이런 식으로 뉴스를 축소했다고 해도 어불성설임은 마찬가지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과소평가했다면 보도 책임자들의 뉴스 가치 판단력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셈이고,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그렇게 했다면 정치 권력에 대한 명백한 눈치보기로 규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튿날 보도국 11기 이하 기자 조합원 전원이 긴급발제권을 통해서라도 이 사안을 중대하게 다뤄야 한다고 동의할 정도로 상식적인 뉴스가 왜 당일 보도국 편집회의에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가? 도대체 이 당연한 기사가 왜 이리 어렵게 방송돼야 하는가? 혹시 방송개입이 본연의 업무라고 주장하는 청와대의 입김이 우리에게도 미치고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SBS의 보도국장 출신이 현직 홍보수석이라서 알아서 눈치를 보는 것인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가 이어지면서 70위 수준까지 추락한 언론자유 지수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SBS 뉴스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곳곳에서 금이 가고 있다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 해 상반기부터 청와대발 뉴스의 일방적 전달과 보수 우경화 경향이 짙어졌고, 지난 해 말 한-일 위안부 합의와 개성공단 폐쇄 등 각종 현안에 있어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며 스스로 공정성을 포기하는 행태를 반복해 시만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 와중에 지상파 중에 그나마 SBS가 낫다던 시청자들은 무서운 속도로 JTBC를 위시한 경쟁 채널로 빠져나가고 있다.

노동조합은 그저 공명심에 들뜨거나 지사적 언론관으로 방송 공정성 문제에 접근하는 게 아니다. 갈수록 격화되는 경쟁과 급변하는 미디어환경 속에서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고는 도저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힌다. 노동조합은 방송 공정성을 저해하는 사내외의 여하한 행태들을   SBS 구성원의 미래를 위협하는 해사행위로 규정한다. 노동조합은 조합원과 회사의 미래 생존권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방송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권한과 책임을 흔들림 없이 이행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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