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직원들은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SBS는 시민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고품질의 영상 콘텐츠와 문화 공연을 생산하고,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정한 뉴스를 생산해내는 일터라고....... 우리가 만들어온 성과가 이런 ‘이상적인 일터’의 정의에 얼마큼 다가섰는지 저마다의 평가가 다르겠지만 참 폼 나고 신나는 답입니다.

 그런데, 이런 정의와 다르게 마음 한 편에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의 ‘일터 문화’가 과연 이런 폼 나는 ‘일터의 정의’에 부합할 ‘괜찮은 편인가’에 대한 의문이 그것입니다. 직원들 누구나 스스로 한 번씩은 해본 아픈 질문일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민주적인 절차와 가치를 중요시하며, 차별과 폭력을 배격하고, 시민과 함께 만드는 일등 문화 콘텐츠를 꿈꾸는 SBS는 다른 어떤 일터보다 폼 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우리는 앞선 질문보다 훨씬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 대답도 멋지게 하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조합은 사내 ‘양성평등문화’부터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양성평등문화의 수준이 우리 조직문화의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현재, SBS 본사와 A&T 직원의 수는 약 1500명이고, 이 중 약 17%에 해당하는 250여명의 여성이 우리 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성 직원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작가 등의 외부 인력의 상당수가 여성인 우리 일터의 현실을 고려하면 ‘양성평등’ 문제는 절대로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수시로 행해지는 여성조합원 간담회 자리에서 나오는 여성 조합원들의 이야기는 항상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17%의 이야기라고 우리 일터가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물론 간담회를 통해 만들어진 의견들(산전 검진휴가, 임산부 사내 주차)이 해결되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이야기는 많습니다. 여성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고달픈 이야기,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슬픈 이야기, 구전으로 전해져 왔던 황당한 이야기들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여성 조합원들은 말합니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고, 그나마 다행인 건 그런 어려움이 나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안도감이라고 말입니다. 

 우리 직원들 모두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더 폼 나는 일터 문화를 만들어보자고 조합에서는 양성평등문화 개선을 의제로 만들었습니다. 사내 성폭력-성희롱 문제, 어린이집 운영 및 시설 문제, 생리휴가 사용을 포함한 여성 조합원 근로 문제 등의 다양한 양성평등문제를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조합원들께서 여성 조합원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나의 어머니, 아내, 누나, 여동생, 딸의 이야기로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조합은 폼 나는 일터 문화를 조합원과 함께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