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옷차림
엘리베이터 앞에서 선배를 만난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 나한테 날아오는 한마디. "야! 너 어디 밤일 나가냐?" 더운 날씨에 야외 근무를 한다고 무릎 정도 올라오는 치마를 입은 참이다. 위 아래로 훑어보는 그가 한마디 덧붙인다. '내가 다 가려주고 싶다야' 상사의 한마디에 엘리베이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눈길이 다 내게 쏠린다.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진 채로 엘리베이터를 탄다. 잔뜩 불쾌해진 내게 그가 어깨동무를 하며 다가온다. '왜 그래, 이거 장난인거 알지?'
[2] 야동 및 업소 이야기
한 남자 직원이 야한 동영상이 잔뜩 깔린 외장하드를 컴퓨터에 열어놓고 갔다고 한다. 지나가다 모니터를 힐끗 쳐다본 여직원이 해준 얘기다. '회사까지 와서 꼭 봐야 하나?' 라며 불쾌해하는 여직원들. 하지만 평소에도 그 남자직원은 다른 사람들과 업소에 드나든 얘기, 업소 직원들의 외모에 대한 얘기를 여직원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는다.
[3] 회식 망언 및 정신 나간 스킨십
여느 때처럼 1차, 2차, 3차로 이어지는 회식. 그런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불편하다. 차수가 늘어날수록 소위 '섹드립'들이 난무한다. '남자친구가 뭐 해줄 때가 제일 좋아?', '어디까지 가봤어?' '넌 볼륨이 있어서 남친이 좋아하겠다.' 등등. 3,40대 선배들이 20대 초반의 어린 후배를 앞에 두고 추궁하듯 물어보는걸 보고 있자면 어쩐지 불편하다.
한발 더 나아가서 어떤 회식자리에선 고참 선배가 들어온 지 2달도 채 안된 비정규직 직원의 몸을 더듬고 있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편한 수위로 옆에 다가서서 귓속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너무 놀라서 그 모습을 보고 벌떡 일어난다.
[4] 이상한 명령
두 눈을 부릅뜨고 경찰서 이 곳 저 곳을 부리나케 다닌다. 그런데, 오늘 선배가 이상한 지시를 한다. "영장전담하고 있는 OO이 잘 알 텐데, 남자인 나보다 여자인 네가 술 한잔 하면서 한번 꼬셔봐. 성공하면 단독이야 단독!". 다시 다른 선배가 말한다. "형사과장 팔짱도 좀 끼고, 비위도 좀 맞추고 '여자질' 좀 해봐. 이게 오늘 너의 미션이다." 나는 머리가 아찔하다.
[5] 외모
기자들 사이에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희롱 발언은 외모에 대한 것이다. "야! 방송기자가 외모를 가꾸지 않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무례야. 너도 외모에 신경 좀 써." 다른 사람이 다
들리게 큰 소리로 당당히 떠드는 남자 선배. 바로 이어지는 다른 선배들의 망언들.
"어제 뉴스에 OO의 스탠딩이 나오는데 토가 쏠렸다.", "그러게, 그렇게 살 안 뺄 거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니야?",
"너는 월급 받아서 어디에 쓰냐? 옷이 좀 촌스럽다. 취재원에게 SBS 기자라고 말하고 다니지마." 그리고 덧붙인 말에 나는 완전 그로기 상태다. "야, 애정이 없으면 이런 말을 하지도 않아. 나는 그래도 후배에게 관심 많은 선배야."
[6] 외부 스텝의 망언
오늘도 드라마 촬영 현장은 바쁘게 돌아간다. 배우, 연출, 촬영 스태프들, 모두들 일에 열심이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현장을 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어른이 날 부른다. 외부 조명감독이란다. "예쁘네. 너를 보니 기분이 좋다", 친한 척 말을 걸던 이 분......", "남자친구 있니? 헤어졌어?", 일 때문에 바쁘다고 대답을 얼버무리는 나에게 이어지는 질문, "남자 친구랑 잤어?" 분위기 이상해 진다. "너, 처녀야? 요즘 세상에 그런거 말해도 되잖아. 처녀야 아니야?".
[7] 외부 스텝의 장난
오늘의 업무는 야외 출장, 같이 촬영을 나간 스태프 전부가 남자다. 카메라 감독, 기장님, 조명감독, 오디오 감독 등등. 더위 때문에 입고 나온 반바지 때문인가……. 고참 스탭은 '누가 이렇게 입고 나오래!' 하고 웃으면서 허벅지를 툭툭 친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밤이 되어 숙소를 잡는다. 그 때, 같이 출장간 외부 연출 스태프가 말한다. '내 방에서 같이 자자' 라며 장난을 친다. 이 정도면 정말 도를 넘은 거다. '자자'는 말은 '술먹자'로 대체 되었고..
[8] 프리랜서 후배의 고민
녹화를 막 시작하려고 모든 스텝들이 준비하고 있는 그 때, 연출팀 프리랜서 FD가 우리팀 후배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배를 보며 말을 던진다. "너 임신했냐?", 주변 스텝들을 둘러보며 덧붙인다 "어이, 이애 아빠가 OO야? 아니면 XX야?" 후배 프리랜서의 얼굴이 빨개진다. 전에 몇번 그 프리랜서 FD에게 주의를 줬지만 달라지지 않는다. 연출팀의 반응도 시원치 않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