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은 우리 보도 경쟁력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미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완전히 뒤쳐져 있던 상황에서 광고 영업 지표로 활용되는 시청률, 특히 손석희 앵커가 등장하는 평일 시청률은 JTBC에 완전히 역전을 당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SBS 8뉴스-JTBC 뉴스룸' 월-목 시청률 비교>

뒤늦게 구성된 특별취재팀 등이 총동원돼 삼성그룹의 최순실 일가 지원 의혹 등 의미있는 특종기사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한 번 떠나간 시청자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앵커 경쟁력 등 많은 말이 오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JTBC가 상당 기간 축적해 온 사회적 신뢰가 수치로 나타나는 시청률에서도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방송 보도 경쟁에 있어서 게임의 룰은 완전히 바뀌었고 SBS는 남이 만든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는 종속변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특종을 해도 냉정한 시청자들의 반응

이런 현실은 갈대처럼 휘청거리며 권력의 풍향을 좇는 해바라기성 보도로 사회적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려 온 SBS 보도에 대한 시청자들의 냉정한 평가다. 단기간의 반짝 특종만으로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을 조건이 굳어져 가고 있다.   

SBS가 연일 박근혜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고 촛불집회를 몇 시간씩 생중계해도 이런 나라를 물려줄 수는 없다며 자녀의 손을 잡고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SBS에 대해 언론의 본령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보다 폭발적 시민 불복종의 열기에 놀란 또 하나의 시류편승일 뿐 아니냐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다. 시민들의 머리 속엔 독일에서 최순실의 흔적을 캐면서도 한국에서는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은 채 아프리카 새마을 지도자들과 근면, 자조, 협동을 외치는 박근혜의 미소를 동시에 방송하던 SBS의 이중성이 너무 깊이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냉철한 판단과 결단의 중요성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워싱턴 포스트의 특종 보도에 대해 닉슨 정권은 끊임없이 부정했고 소송으로 위협했다. 국세청은 갑자기 워싱턴포스트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기도 했고 워싱턴포스트의 케이블tv 허가권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신문사 전체가 망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어느 때보다 리더의 냉철한 판단과 결단이 중요한 순간이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국장은 지속적인 압박에 지친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믿는 건 내 기자들뿐이야. 그 외에는 아무도 안 믿어.”

그리고 진실은 승리했다.

“내가 언제 공정방송 하지 말라 그랬나?”

보도의 공정성을 지키겠다며 경영진의 보도개입을 막자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자 윤세영 회장이 노동조합에 한 말이다.

노동조합은 성역 없는 취재와 보도에 대한 윤회장의 전향적인 자세를 적극 환영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SBS의 특종과 심층보도에 대한 시청자들의 합당한 평가는 앞으로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도 뚝심 있게 보도의 일관성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권력자의 양심과 도덕은 삼복 더위 땡볕 아래 두부처럼 쉽게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는 보도감시활동은 물론이고 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이명박 정권 이후로 권력편향을 누적시키며 오늘의 보도참사를 불러온 문제적 행태들에 대한 면밀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문제적 보도의 내용과 평가, 분석은 물론 책임자들까지 기록으로 남겨 시청자 이익과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 보도 농단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시금석으로 삼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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