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편지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분노에 찬 200만 군중의 함성이 연일 광장을 메우고 청와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빠지지 않는 구호가 또 있습니다. ‘언론도 공범이다! 이 외침에는 우리의 소중한 노동으로 일군 SBS도 KBS, MBC 같은 다른 지상파 방송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일당의 국정 농단과 국민 배신에 일조해 왔다는 국민의 노기가 서려 있었습니다.
매주 아이의 손을 잡고 광장에 선 저는 ‘아빠도 언론인인데 왜 박근혜의 공범이냐’는 초등생 아들의 질문에 스스로 부끄러워 속 시원한 답을 내놓을 수 가 없었습니다.
저는 지난 3월 본부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지난 87년 거리에서 시민들이 값진 피로 언론자유의 지평을 열어주지 않았으면 SBS는 창업의 씨앗조차 뿌릴 기회가 없었을 거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와 정의, 인권, 민주주의와 맞닿은 우리의 뿌리는 그동안 권력과 내통하며 SBS 경영을 농단해 온 부역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훼손돼 왔습니다. 그렇게 쌓인 적폐에 허우적대던 SBS는 의제설정의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한 채 존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뿌리를 갉아 먹는 자해적 경영을 출세의 도구로 삼던 SBS의 부역자들은 이제 박근혜 일당의 국정농단 가담자로 수사의 대상이 되거나 국민의 즉각 퇴진 명령을 거부한 채 청와대 점검 농성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의 호위무사 노릇을 자처하며 다시 한 번 SBS 구성원들에게 치욕을 안기고 있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오는 8일(목) 오후 여의도 새누리 당사를 뒤덮을 언론인 총력 투쟁은 시민으로서 민주적 권리를 되찾는 명예로운 싸움인 동시에 SBS 노동자들의 미래를 지키는 생존권 싸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 손으로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고 SBS의 미래를 가로 막아온 부역자들을 깨끗이 청산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절제된 분노로 타오르는 2백만 촛불은 우리 일터 SBS로 향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물러설 곳 없는 이 싸움에 같이 해 주십시오!
우리 스스로 우리 몸에 감긴 권언유착과 부역의 쇠사슬을 끊어내 버립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