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라디오 방송편성위원회 개최

SBS 파워FM의 '붐붐파워'를 러브FM에 재방송하는 논란과 관련해, 지난 15일 방송편성위원회가 개최됐다. 라디오 편성과 관련해 방송편성위원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BS 방송편성규약상 방송편성위원회는 본부 단위별 편성위원회와 달리 사장이 책임자 대표로 참석하도록 돼 있다.

 

● 갑작스런 동시 송출 지시 - 재방송 송출 추진 - 다시 동시 송출 유턴에 '부글부글'

논란의 시작은 지난 6월 파워FM에 편성된 '붐붐 파워'를 러브FM에 동시에 틀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당시 제작 PD들은 "청취자의 채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비난이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했지만, 당시 라디오센터 수뇌부는 "책임지고 진행하겠다."며 추진을 강행했다.

그런데, 지난 8월 말, 센터 수뇌부는 제작 PD들에게 '동시 송출' 두 달여 만에 '재방송 송출'로 또 편성을 바꾸겠다"고 통보했다. 오후 4시 파워FM과 러브FM에 동시 송출되고 있는 '붐붐파워'를 오후 6시 러브FM에 재방송으로 틀겠다는 것이다. 기존 6시 대 개편을 준비하던 제작진은 큰 혼란에 빠졌다.

제작 PD들은 반발했다. 제작 PD들은 당시 센터 수뇌부가 "동시 송출이 재허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재방송으로 편성을 바꾸라는 사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며, "정말 재허가 때문인지, 사장 지시사항을 수동적으로 따른 것인지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작 PD들은 지난달 25일 PD협회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사장이 참석하는 방송편성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유례없는 라디오 편성의 난맥상이 누구의 책임인지 명확히 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필요가 제기됐다.

 

● 8월 21일의 진실… 센터장의 확대 해석? 사장의 지시?

이날 방송편성위원회의 쟁점은 라디오센터의 사장 보고가 있었던 '8월 21일의 진실'에 맞춰졌다. 라디오 편성 책임자 측이 강행했던 동시송출을 재방송으로 바꾸라는 결정이 있었던 당일이다. 당시 라디오센터에서 사장에게 어떻게 보고했는지, 사장이 3개월만 편성 재변경을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민감한 '재허가' 사안이 얽혀있는 만큼, 사실 관계에 대한 검증은 불가피했다.

실무자 측은 "책임자 측이 정확히 어떻게 보고했으며, 사장은 어떻게 답변했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재허가 문제가 어떻게 다뤄졌는지 명확하게 해명하라"고 추궁했다.

라디오센터장은 "보고 당시 사장은 (편성 변경이) 경쟁력에 도움이 되느냐고 물었을 뿐"이라며, "재허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제작 PD들에게 설명한 것은 여러 정황들을 센터장이 혼자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디오 편성의 모든 결정은 내가 하는 것으로 러브FM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급하게 의사 결정을 했다"고 해명했다.

박정훈 사장은 "라디오센터장이 제작 PD들에게 어떻게 설명했는지는 모른다"고 전제한 뒤, "사장이 재허가에 손해가 되는 일을 할 수 없다. 특히, 재허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쪽으로 편성 변경을 강행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3개월 사이 동시 송출과 재방 송출, 다시 동시 송출을 오가는 초유의 편성 난맥상이 사장 지시에 의한 것인지 묻자, 박 사장은 "당시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의 회의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센터장은 사장 지시에 의한 편성 변경이라고 제작진에게 설명했고, 사장은 기억에 없다고 말하는 상황.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는 당사자들의 양심에 맡겨진 셈이다.

실무자 측은 "사장의 언급대로라면 라디오센터장이 무리한 편성 변경을 강행하기 위해 사장의 지시인 것처럼 구성원들에게 거짓을 말한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신뢰 관계는 구축될 수 없으며, 구성원들을 기만한 것과 다름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 사과만 6차례…”의혹은 여전” 개운치 않은 뒷맛

방송편성위가 진행되는 동안 책임자 측은 "혼선이 빚어진 것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6차례에 걸쳐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책임자인 라디오센터장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편성위 말미 실무자 측은 "책임자 측에서 사과의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부분은 받아들인다."면서도 "책임자 측의 설명으로 의혹이 해소되지 못했다. 여전히 사실 관계는 불명확하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무자 측은 이 부분에 대해 유감의 뜻을 명확히 했다.

실무자 측은 이어 "이 문제는 개인의 과실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라디오센터 차원의 편성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책임자 측은 정기 편성 위원회 개최를 약속하며, 실무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실무자 측은 이날 편성위에 대해 "이번 편성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면서 "제작 PD들의 의견을 계속 수렴하고, 책임자 측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붐붐파워' 재방송 송출 논란과 관련한 방송편성위원회가 지난 15일 열렸다. 편성 책임자 측에서는 박정훈 사장과 정태익 라디오센터장, 이윤경 라디오1CP, 김영우 라디오 편성기획팀장이 참석했으며, 실무자 측에서는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 본부장, 김학현 SBS 본부 사무처장, 이경원 SBS 본부 공방위원장, 남중권 PD, 윤의준 PD, 박형주 PD가 참석했다.
'붐붐파워' 재방송 송출 논란과 관련한 방송편성위원회가 지난 15일 열렸다. 편성 책임자 측에서는 박정훈 사장과 정태익 라디오센터장, 이윤경 라디오1CP, 김영우 라디오 편성기획팀장이 참석했으며, 실무자 측에서는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 본부장, 김학현 SBS 본부 사무처장, 이경원 SBS 본부 공방위원장, 남중권 PD, 윤의준 PD, 박형주 PD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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