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민방 30년…' 토론회 개최
민주당 정필모 의원 "대주주가 민방 단물 다 빨아 먹어"
대주주의 재투자는 SBS 노동자들만의 요구가 아니었다. 정부 여당, 국회, 시민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민방 대주주가 방송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투자 문제는 단순히 개별 회사의 생존을 넘어선 방송 개혁의 핵심과제인 것이다.
이는 지난 27일 열린 '민방 30년, 생존과 개혁의 핵심 과제는? 책임지지 않는 권력, 대주주 문제를 중심으로' 토론회(사진)의 핵심 주제였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정필모·한준호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언론노조 김동원 정책전문위원은 "한국 민영방송 대주주들은 방송사에 투자한 적이 거의 없는 반면, 자신들의 사업 확장을 위해 방송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라며 "방송사가 기업, 특히 건설 자본의 부속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JTBC의 투자 사례를 예로 들며 "JTBC 사주는 자신의 주식을 매각하면서까지 방송사에 투자했다. 그런 투자가 지금의 JTBC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SBS 대주주인 태영그룹의 재투자는 전무했다. 언론노조 윤창현 SBS본부장은 "태영건설의 SBS 투자액을 보면 창업 당시 자본금 300억, 코스닥 상장시 유상증자를 통한 80억 총 380억 원이 전부였다. 의미 있는 재투자는 시행한 바 없다"며 "SBS 입장에서는 신규 자본의 유입 없이 건설 자본의 지배력만 높이는 부작용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SBS의 대주주인 태영건설은 민영방송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자산 규모가 창립 당시 8천억 원 규모에서 현재 9.7조 원으로 11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자산규모 1조가 넘는 SBS의 기업가치는 현재 3,000억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윤 본부장은 "대주주가 방송사에 투자하지 않으면 콘텐츠 질은 떨어지고 제작 인력은 떠나게 된다"며 "SBS의 대주주가 방송사업을 계속할 의지가 있다면 재투자 의지를 보여야한다. 방통위는 대주주의 의미있는 재투자를 핵심적인 재허가 조건으로 부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대주주의 콘텐츠 투자를 강제해야 한다는 안이 공감대를 얻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은 "방통위가 종편 재승인 심사를 할 때 방송 프로그램 투자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하면서 민영방송에는 왜 요구하지 않는지 의문이다"며 "지상파 재허가 심사 기준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동원 전문위원은 "기존 지상파 민영방송 재허가 제도를 면허 갱신이나 임대 제도로 바꿔 방송 사업 재투자에 소홀한 민방 대주주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정책전문위원은 "대주주가 콘텐츠에 투자하는 금액만큼 정부에서 매칭 펀드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방식은 현재 민영 지상파 방송에 대한 재투자 규모와 공적 지원을 연계시키는 방안으로 투자를 많이 할수록 공적 지원 규모도 비례해 커질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이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공동 주최자인 더불어민주당 정필모·한준호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참석했다.
국회 과방위 소속 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대주주가 오너십만 내세워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고 재투자하지 않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대주주가 단물을 다 빼었다"고 비판하며 "미디어 생존 위기에서 벗어나 한국 콘텐츠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공적 책임이 중요하다. 재투자는 재도약을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한준호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도 "민영 방송이라도 진짜 주인은 방송을 보는 국민과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며, 공적 책임을 위한 재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언론노조 오정훈 위원장은 "관련 규제 개혁을 위해서는 입법 과정이 필요할 텐데, 오늘 국회의원들이 직접 찾아 온 것은 입법 과제에 대한 의욕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