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지난 30년은 SBS 방송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역사다. 이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그래서 창사 30주년 기념식의 가장 중요한 주인공은 바로 SBS 구성원들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창사 기념식은 사측과 대주주가 SBS의 구성원들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사측은 창사 30주년 공식 행사에 SBS 종사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을 초청하지 않고 배제시키려 했다. 노동조합이 하루 전 공문을 통해 참석을 통보하고 종사자 대표에 대한 예우를 요구하자, 사장 뒤통수를 바라보는 자리를 ‘최대한의 예우’라며 마지못해 배치했다. 종사자 대표가 이런 취급을 당한 예는 일찍이 없었다. 1,100여 SBS 조합원을 대표해 윤창현 본부장이 대표이사, 창업주와 동일선상에 앉으려 하자, 이동희 경영본부장은 윤 본부장을 붙잡고 육탄방어하고 나섰다. 이 장면은 지난 16일 오전 사내에 공지된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으나, 무엇이 찔렸는지 사측은 이 영상을 곧 삭제했다.

이동희 경영본부장이 윤창현 본부장의 착석을 방해하는 모습.
이동희 경영본부장이 윤창현 본부장의 착석을 방해하는 모습.

이동희 본부장 등 경영진이 노동조합 대표자에 대해 곱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은 구성원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SBS 노동조합 대표자는 개인이 아니다. 이러한 경영진의 행태는 SBS 전체 구성원에 대한 무례와 폭력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 대등한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 수준이 이러니 방통위가 부가한 ‘성실협의’ 조건이 제대로 이행될 리가 있겠는가. 경영진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당일 기념식을 통해 노동조합은 SBS 구성원들이 간절히 요구하고 있는 ‘재투자’에 대한 전향적인 메시지를 기대했으나, 사장으로부터, 창업주로부터도 ‘과감한 재투자’의 비전과 계획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오랜만에 SBS를 찾은 윤세영 명예회장은 ‘더욱 빨리 페달을 밟아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도록 하자’고 독려했으나, 가속 페달 밟을 에너지를 재충전할 ‘재투자’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페달을 밟고 구를 힘이 빠지고 있는 SBS 구성원들은 ‘더 노~오력’하라는 공허한 메시지에 깊은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행사 이후 윤창현 본부장은 윤세영 명예회장에게 “노동조합에서 차 한 잔 모시고 싶다"고 대화를 요청했으나, 윤 명예회장은 "다른 일정이 있다"고 거부했다. 이어, "윤석민 회장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수 있게 명예회장께서 잘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웃음만 짓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어떻게든 대주주인 윤석민 회장과 대화를 성사시켜 보려던 시도는 이렇게 무산되고 말았다.

기념식이 끝난 직후, 13층 대강당 밖에서 윤창현 본부장(사진 오른쪽)이 윤세영 명예회장(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기념식이 끝난 직후, 13층 대강당 밖에서 윤창현 본부장(사진 오른쪽)이 윤세영 명예회장(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정훈 사장도 기념사에서 그동안 노동조합이 그토록 강조했던 ‘혁신’을 반복적으로 거론했으나,’혁신의 구체적 비전과 방향은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마부작침의 자세로 일하자"며 SBS 구성원들의 분발을 훈계했을 뿐이다. 화려한 말의 성찬 속에 정작 필요한 ‘재투자’는 없었고, SBS 구성원들을 철저하게 ‘머슴’으로 다루려는 태도가 30년을 맞은 우리 일터의 생일 잔치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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