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과 2019년 초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SBS와 SBS미디어홀딩스 합병을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2004년 재허가 파동 이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위해 만들어진 방송지주회사 체제가 사실은 대주주인 태영건설 자본의 이익을 위해 SBS 방송 수익을 빼돌리는 도구로 악용되고, 소유경영 분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 윤석민 회장 “소유경영 분리 위해 SBS + SBS미디어홀딩스 합병 안돼”
그러나, 당시 대주주인 윤석민 회장과 사측은 소유경영 분리를 위한 방송지주회사 체제를 해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방통위도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완강히 반대했다. 이 때문에 2019년의 수익구조 정상화 노력은 SBS가 회사채를 809억원이나 발행해 콘텐츠허브 지분을 돈 주고 사오고, 미디어넷 계열의 2개 P.P를 유상으로 인수해 수직 계열화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됐다. 결국, 일부 구조는 바뀌었으나, 이익 터널링을 통해 빼돌린 SBS 수익은 제대로 환수되지 않았으며, SBS미디어홀딩스 안에는 여전히 SBS로 귀속돼야 할 자산과 기능이 남아 있다.
그런데 TY홀딩스 체제가 들어서면서 문제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대주주가 180도 말을 바꿨다. 소유경영 분리를 위해 방송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던 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을 다물고 있다. TY홀딩스 체제로 인해 SBS 자회사에 대한 공정거래법 상의 지분 규제 위반이 발생하자, 이를 풀기 위해 SBS미디어홀딩스 체제를 해체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1> TY홀딩스의 SBS미디어홀딩스 흡수 합병 時
2020년 윤석민 회장 측 “TY홀딩스, SBS미디어홀딩스 흡수 합병 추진”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TY홀딩스는 SBS미디어홀딩스를 흡수합병하고 SBS를 직접지배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의 단계를 줄여 공정거래법 규제를 피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TY홀딩스 측은 방통위에도 같은 방식을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태영건설이 SBS를 직접 지배하며 방송을 쥐락펴락하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완전한 과거회귀이다.
이러한 TY홀딩스와 SBS미디어홀딩스 합병 추진은 결국 윤석민 회장의 지배력 강화 등 사적 이익을 위해 소유경영 분리 체제를 완전히 허물겠다는 발상일 뿐 아니라, SBS로 귀속돼야 할 방송 자산을 대주주가 영구히 탈취하겠다는 수순일 뿐이다.
SBS 미디어홀딩스, 2008년 SBS 자산 1,227억원 분할해 설립
SBS 미디어홀딩스는 태영그룹이 별도로 투자해 만든 회사가 아니다. 2008년 설립 당시, SBS의 자산을 7대 3으로 분할해 1,227억원의 SBS 자본을 뽑아내 만든 회사다. 이 자본을 기반으로 SBS와의 각종 불공정 거래를 통해 이후 약 4천억원대에 육박하는 수익이 추가로 유출됐다. 현재 SBS 미디어홀딩스의 별도 자산규모는 약 5천억원대에 육박한다.
표2> SBS 자산을 뽑아내 설립한 SBS미디어홀딩스 (2008년 SBS 재무재표)
표3> SBS 미디어홀딩스 체제 下 SBS 방송수익 유출 구조와 규모
SBS미디어홀딩스 체제를 해체한다면 그 자산과 기능을 SBS로 환원하는게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다. 그것은 원래 SBS의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TY홀딩스가 SBS미디어홀딩스를 흡수 합병하겠다는 것은 2008년 소유 경영 분리하겠다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떼어간 SBS 자산, 그리고 이후 이익 터널링으로 빼돌린 자산을 방송지주회사도 아닌 태영그룹의 본진 TY홀딩스로 영구히 이전해 SBS는 사실상 자산과 기능을 원상회복할 기회와 가능성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SBS 방송노동자들이 피와 땀으로 일군 방송 자산을 SBS미디어홀딩스로 일단 뽑아내고, 다시 미디어 홀딩스를 TY홀딩스로 흡수하게 되면 대주주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거액의 SBS 자산을 사유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인 것이다.
노동조합이 SBS에 대한 대주주의 대규모 재투자를 요구하며 윤석민 회장을 직접 만나야만 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윤석민 회장의 사적 이익을 위해 TY홀딩스 체제를 만들고, 이를 통해 SBS 미디어홀딩스를 흡수해 SBS로 귀속돼야 마땅한 거액의 자산을 집어 삼키겠다면 그에 상응한 대규모 재투자 방안을 즉시 SBS 구성원들에게 제시하는 게 마땅한 도리이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향후 TY홀딩스에 의한 SBS미디어홀딩스 합병은 어떠한 합리적 명분도 얻을 수 없으며, SBS 구성원들과 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에 의해 결국 무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규모 재투자를 통해 SBS에 유출 자산을 환원하기 전에는 TY홀딩스와 SBS 미디어홀딩스 합병은 꿈도 꾸지 마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