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은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미디어 환경, 특히 코로나19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냈던 구성원들의 노고에 부응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협상에 임했다. 사측의 비용절감 조치를 묵묵히 감내한 만큼 그에 상응한 보상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기대 이상의 영업 이익을 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조합원들의 기대도 높았다.
이번 임금협상 결과는 코로나 상황을 비롯한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 임금 인상 재원 두고 '줄다리기'
노사는 지난해 12월 2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 13일까지 7차례에 걸쳐 실무 협의를 열었다. 협의의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 재원 부분이었다. 임금 인상 재원을 실질적인 영업 이익 가운데 어느 정도 비율로 맞출 것인가를 두고 지난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협의 시작 당시 노사 의견은 엇갈렸다. 사측은 실질적인 영업이익의 25% 수준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노측은 35% 수준을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2017년과 2019년 당시 백억 원 대 영업이익을 낸 상황에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기본급 동결이라는 고육지책을 수용했던 과거 협상 사례를 근거로, 이번에는 보다 높은 수준의 보상이 불가피하다는 걸 강조했다.
사측도 코로나19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직원들의 노고가 컸으며, 이런 노고 덕에 높은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인정했다. 결국, 토론 끝에 34.2% 수준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영업이익 규모를 고려할 때 35%에 가까운 협상 재원은 이례적이었다.
역시 가장 큰 성과는 지난해 동결됐던 기본급을 2% 인상했다는 데 있다. 실무 협상 시작 단계에서 사측은 기본급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본급 인상 폭이 클 경우, 신규사원 채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적정 수준으로 1.5%를 제안했다. 이에 노측은 1%대는 받기 어렵다고 반박했고, 5차 협상에서 2~3% 인상안을 제시했다. 결국, 사측은 2% 인상안을 받아들이며 합의에 이르게 됐다.
● 기본급 인상, 성과·특별상여… "기대 이상 성과"
기본급 인상 외에도 성과상여금과 특별상여금도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성과상여금은 기본급의 50%, 특별상여금은 200만 원 일괄 지급 하기로 했다. 복지 포인트의 경우, 과거와 달리 세제 혜택이 사라지면서 별 다른 차이가 없어졌다. 연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결과적으로 평균 400만 원 정도의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상여금을 기본급에 따라 줄 것인지, 아니면 같은 금액으로 일괄적으로 지급할 것인지, 임금협상 때마다 늘 논란이 됐다. 기본급에 비례해 지급할 경우, 기본급이 많은 높은 연차 직원들에게 유리하지만, 반대로 낮은 연차 직원은 그만큼 적게 받는다는 문제가 생겼다. 반면, 같은 금액으로 똑같이 지급할 경우, 사실상의 하후상박 효과가 생기지만, 가정 부양 의무가 큰 높은 연차 직원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기본급을 기준으로 한 성과상여금,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특별상여금으로 분리한 것은 각각의 장점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한 취지다. 평균 400만 원 정도의 현금 지급 가운데 절반은 연차대로, 절반은 똑같이 받는 셈이다. 2020년도 기본급 인상 소급분과 성과상여금과 특별상여금은 1월 급여에 반영된다.
● 능력급직 승진 연한 개선
시간외 수당과 관련한 논의도 시작하기로 했다. 특히, 출장 기간 초과 노동을 해도 상한 규정 때문에 수당을 못 받는 경우가 있었는데, 노사가 협의해 이에 대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오는 3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문에는 자신이 원해서 회사를 나가는 경우 월급 지급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실렸다. 지금은 각 달의 5일 이후에 퇴직할 경우, 사측은 한 달 월급을 모두 지급해 왔다. 가령, 1월 6일 퇴직하면, 1월 한달치 월급을 모두 주는 식이었다. 이렇게 지출되는 비용이 연평균 1억 원에 가까웠다. 본인이 원해 퇴직하는 경우는 보통 경쟁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추가로 월급을 주며 보내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노동조합은 사측의 이런 문제제기를 수용했다.
회사의 인사 사항으로 합의문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노사는 SBS 능력급직과 저임금 연봉직의 승진 연한을 SBS A&T 수준으로 단축시키기로 했다.
이번 임금협상은 시작일 뿐이다. 가까이는 단체협약 개정 협상도 앞두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방통위가 부가한 재허가 조건과 관련해 노사 협의 역시 예정돼 있다. 당시 방통위는 "대주주의 투자 등 기여 방안을 담은 미래 발전 계획을 노동조합과 협의해 마련하고, 오는 6월 말까지 제출하라"고 재허가 조건을 명시했다. 지난해 11월 천 명 가까운 SBS 구성원들이 대주주의 재투자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대대적인 콘텐츠 투자 확대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자본 확충 필요성에 대한 공감,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간절함이 모인 결과였다.
노동조합은 앞으로 계속되는 협상에서도 SBS 구성원들의 권익 보장과 SBS 미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