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여러분, 윤창현 본부장 인사 드립니다.
저는 지난 5일 실시된 전국언론노동조합 임원선거 투표에서 11대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됐습니다. 재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경합을 통해 전국의 언론노동자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이제 SBS의 울타리를 넘어 전체 언론개혁과 미래 생존의 중차대한 과제를 떠맡아야 할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 사측의 저의가 의심됩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사측이 예상대로 도발을 강행해 왔습니다. 2019년 윤석민 회장의 태영 경영 승계 이후 벌어진 여러 상황들이 결국 대한민국 방송역사에서 대주주의 전횡을 끊어내는 역사적 성과이자, SBS 구성원들의 주권인 '사장 임명 동의제'를 없애기 위한 것이었음이 명백해 졌습니다.
사측이 이미 1년 이상 지난 고발 문제를 새삼 들춰내는 저의는 무엇일까요? 다들 아시는 바 대로 올 연말 다시 임명동의를 받지 않는 한 현 경영진은 임기 연장이 불가능합니다. 지난 임명동의 투표에서 가까스로 자리를 보전했으니 어떻게든 임명동의제도를 없애고 싶을 겁니다. 대주주의 이해도 맞아 떨어졌다고 봅니다.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거기에 SBS 노동자들의 성취인 임명동의제도를 흔들어 SBS본부장의 언론노조 위원장 당선을 막아보겠다는 언론노조 선거 개입의 의도도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 임명 동의제 파기 시도를 중단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저와 노동조합은 지난 2018년 별도 합의가 아닌 단체협약에 임명동의제도를 포함시켰습니다. 사측이 지금처럼 임명동의제도를 흔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단체협약 어느 조항, 사측이 파기한 10.13합의 어디에도 10.13합의와 단체협약 상의 임명 동의제 합의가 연동된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원인 무효'라는 주장은 그저 공허한 절규일 뿐이라는 것을 사측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노사간 단체협약은 노사합의 없이 개정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임명동의제도만 폐지하는 협약 개정은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임명동의제도를 폐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단체협약 전체를 파기하고 노사관계를 30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 밖에 없습니다. 사원 복지와 휴가, 임금, 시간외수당, 고용안정 등 노사관계의 전반을 규율한 단체협약 전체를 파기해서라도 임명동의제를 깨겠다는 망상을 할 수는 있으나, 사측이 이를 실행에 옮기는 무모한 패착에 빠지지 않기 바랍니다. SBS 전체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MBC 사측이 단체협약을 파기하는 무리수를 둔 뒤, 전 조직과 구성원들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를 복기해 보면 됩니다. 물론 노동조합은 이 조차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사측은 2017년 임명 동의제 합의 직후 8뉴스 보도를 통해 방송 최초의 사례로 소유경영분리의 선진적 모델을 구현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으며, 당시 방통위 재허가 심사에도 소유 경영 분리의 유례없는 결단이라는 식으로 포장해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스스로를 부정하며 임명동의제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자가당착입니다. 사측의 이런 도발은 윤석민 회장에 대해 소유경영분리와 경영 불개입을 요구한 TY홀딩스 사전 승인 조건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입니다. 향후 방통위의 추가적인 최대주주 변경 승인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 노사 관계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 보겠습니다.
이러한 사측과 대주주의 명분 없는 도발에도, 저는 새로운 이정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윤석민 회장 취임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SBS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해 어떤 조치가 가능한지 구체적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SBS의 미래 발전을 위한 노사 신뢰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입니다. 후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필요한 까닭입니다. 새로운 리더십이, 새로운 철학을 가지고, 새롭게 협의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 믿습니다. 사측도 더 이상 명분 없는 임명동의 파기 시도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SBS의 미래발전을 위한 대주주의 과감한 재투자와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협의에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서길 바랍니다.
아울러 저는 전국 만 5천 언론노조 조합원들의 전체 생존권을 책임져야 하는 언론노조 위원장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후임 본부장이 선출될 때까지만 SBS 본부장 직을 수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본부 사무처와 상무집행위원회, 대의원회를 통해 설명을 드린 부분이며, 즉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보궐선거 체제로 전환해 주실 것을 요청했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저는 곧 본부장직에서 물러나지만 향후 언론노조위원장의 자격으로 언론노조의 핵심 축인 SBS본부 조합원들의 투쟁을 강력히 옹호할 것입니다. 또한 미디어 격변 속에 더 험난해지고 있는 방송 독립과 미래 생존의 과제를 SBS 조합원들과 함께 변함없이 현명하게 풀어낼 것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지난 20여년 온갖 역경과 시련을 겪으면서 꿋꿋하게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온 SBS 본부의 자랑스런 역사가 저의 버팀목이자 원동력입니다.
늘 그러했듯이 조합원 여러분들께서 한 치의 빈틈없이 우리의 주권과 노동조합의 미래를 지켜주시리라 믿고 저는 새로운 역할에 부여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노동조합을 믿고 힘을 실어 주십시오.
흔들림없이 가겠습니다. 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