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아닌 과거 회귀 원하는 사측..모두에게 불이익”
“조합원 뜻 모아 대화 이어나갈 것..회사도 답해야
지난해 말부터 단계적으로 자행된 사측의 퇴행적 시도에 대해서도 구성원들은 일침을 가했다. 응답자 82.9%(표4)가 “종사자의 경영진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사측은 “지금까지 방송독립을 잘 실현했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제도를 부정하고 있지만, 정작 구성원 절대다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1990년 창사 이래, 공정성을 의심받고 대주주 개입 논란이 반복됐던 현실을 구성원들이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재발 가능성이 높고 현재도 위태한 상황이라는 인식도 지배적이다. 소유 경영 분리는 경영진의 의지나 공허한 말만으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는 걸 구성원들은 경험으로 체득했기에 더 확실한 감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TY홀딩스 소유 경영분리에 부정적 70%”
“보도 공정성, 제작 자율성에도 부정적 60%↑”
“SBS와 자회사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거나, 불이익이 발생하는 일은 없습니다”
지난해 TY홀딩스 전환에 앞서 사측이 사내 게시판에 공언한 내용이다. 구성원들에게 한 약속
이자, 나아가 시청자와 시민사회에 대한 확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측은 최대주주 변경 사전 승인(20년 6월)과 재허가(20년 12월)를 받자마자, 곧장 10.13 합의를 무효화(21년 1월)시키더니 단체협약마저 해지 통고(21년 4월)했다.
사측의 이런 행태에 대해 구성원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응답자 69.2%(표5)가 “TY홀딩스 체제에서 SBS의 소유 경영 분리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보도의 공정성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도 65.7%(표6), “제작 자율성을 침해할 것”이라는 응답 역시 61.4%(표7)에 이른다. TY홀딩스 체제가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채 5%도 되지 않았다.
이는 사측이 소유 경영 분리에 대한 진정한 의지 없이 TY홀딩스 체제를 맞이하고, 최소한의 장치였던 ‘임명동의제’마저 파기하려한 결과다. 대주주와 사측은 체제 전환 전 ‘발전과 미래’를 섞어가며 감언이설 했지만, 현실은 ‘퇴보’였다는 사실을 구성원들이 목도했기 때문이다.
■“대주주 빈약한 투자..SBS의 미래 불안 요소”
“경영진 견제 감시..제일 필요한 건 임명동의제”
조합원들은 SBS의 건강과 미래를 걱정하고 있지만,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신뢰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들은 SBS의 미래 불안 요소로 “대주주의 빈약한 투자(80%/표8)”와 “경영진의 단기 실적주의”(79.4%/표9)를 대표적으로 꼽고 있다.
당연하고 합리적인 구성원들의 이런 문제 제기에 사측은 “잘 될 거다”라는 공허한 말만 반복할 게 아니라 불안과 우려를 없앨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경영진에 부과된 당연한 책무이다. 이런 책무 수행을 위해 구성원 절대 다수는 “경영진에 대한 감시 견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임명동의제를 1순위(표10)로 꼽았다. 한 발 나아간 ‘사장추천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말’만으론 “공정방송, 소유 경영 분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사측의 행동으로 실증됐으니, 더 강한 제도적 담보 장치가 필요하다고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것이다.
많은 조합원들은 회사의 경영 상태와 재무 건전성을 감시 견제할 수 있는 최소 장치인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도’도 거듭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측은 지난 1월 10.13 합의를 파기하면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전부를 사측 인사로만 채워 넣은 상태다.
■“미래 아닌 과거 회귀 원하는 사측..모두에게 불이익”
“조합원 뜻 모아 대화 이어나갈 것..회사도 답해야”
지난해 6월 TY홀딩스 조건부 승인에 앞서 대주주는 “투명성 확보와 편성권 독립을 위한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의 성실한 준수”와 “SBS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 제고”를 방송통신위원회와 시민사회를 상대로 확약했다. ‘수준이나 정도를 끌어 올린다’는 제고(提高)의 사전적 의미를 사측도 모르진 않을 텐데, 제고는 기대할 수 없고 현상 유지는커녕 퇴보만 했다
오래 전 사측의 표현을 빌려 “미디어 빅뱅시대에 한마음으로 미래를 개척”해야 할 때인데, 사측은 과거로 회귀하자고 한다. 이는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공동체 SBS’를 위해 노사간 지난한 논쟁, 때론 감정싸움, 치열한 숙의 끝에 어렵게 합일점을 찾아 내린 결론을 다시 원점 논의하는 건 소모적일 뿐이다. 미래가 아닌 과거로 향하는 퇴행일 뿐이다.
“왜 이 논의를 다시금 해야 되는가”는 근본적 의문과 자괴감에도 SBS노동조합은 지금까지 사
측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앞으로도 중심을 잡고 진실 되게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다. 이번 인식 조사에서 확인된 조합원의 뜻과 하나 된 힘을 노조는 무겁게 받아들인다. 사측도 더 늦기 전에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제대로 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