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동의제 등 복원, 구체적 투자안 조속히 마련해야..역행은 이제 그만”
“방통위, TY홀딩스는 방송 공적 책임, 독립성 확보 실현할 제도 미흡”
“임명동의제 등 복원, 구체적 투자안 조속히 마련해야..역행은 이제 그만”
SBS 구성원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귀 기울였다면 잡음도, 비판도, 혼란도 피할 수 있었다. 지상파 SBS의 신뢰하락과 공정성 훼손을 자초한 건 최대주주와 사측이었다. 구성원과 시청자는 외면한 채 퇴행만 하던 최대주주 등 사측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방통위는 23일 SBS의 최다액출자자를 TY홀딩스로 변경하면서 조건 4개와 권고 3개를 부가했다. 그동안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내용이 완벽하진 않지만 상당부분 반영됐다. 사측은 지난해 6월 사전 승인 이후 ‘공정방송과 소유경영 분리 원칙 실현, SBS에 대한 투자도 문제없이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조건과 권고’없는 ‘승인’을 받아내기 위해 방통위를 수차례 찾았지만 허사였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적 책임 실현과 SBS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 방안이 미흡하고, SBS에 대한 투자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직접적인 지적과 함께 각종 조건과 권고를 내건 것이다. 지난해 사전 승인 심사 때보다 더 구체적이고 강력한 조건과 권고들이 내려진 것에 대해 최대주주와 사측은 철저히 반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임명동의제, 노조 추천 사외이사 복원하는 게 방통위 결정 취지”
방통위 조건과 권고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없애버린 ‘임명동의제와 노조 추천 사외이사 복원’으로 압축할 수 있다. 조건①에 나오는 지난해 재허가 조건은 ‘소유 경영 분리 실현’이다. 또, 조건③에 적힌 최대주주의 ‘각서’ 내용은 ‘소유경영 분리 원칙 수호, SBS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 제고’가 주된 내용이다.
두 가지 조건 모두 ‘소유 경영 분리 원칙 실현, 이를 통한 공정방송 구현’을 위해 부가된 것이 명백하고 이론의 여지조차 없다. 사측이 또 다시 오독하고 곡해할 것에 대비해 방통위는 직접적으로 ‘조건④’까지 부가했다. 최대주주에게 직접 ‘SBS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 실현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한 것이다.
그동안 최대주주와 사측이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제도들을 차례로 파기해버리자, 방통위가 지난해 사전승인보다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조건’을 이례적으로 부가한 것이다. TY를 심사한 방통위 위원들이 사측을 향해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독립성을 확보할 방안이 미흡하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도 같은 이유다.
SBS 구성원들이 지난 31년간 공적책임과 공정성 실현을 위해 줄기차게 투쟁해 마련한 것이 ‘임명동의제와 노조추천 사외이사 제도’이다. 노동조합은 이런 취지의 의견서를 방통위에 이달 초 공식 제출했고, 이어 정형택 본부장 등 3명이 종사자 대표 자격으로 방통위에 출석해 직접 피력했다. 이를 받아들여 방통위도 해당 조건①,③,④를 부가한 것이다.
사측의 곡해 가능성에 이중 삼중 장치도 마련했다. 사측은 방통위를 상대로 “소유경영분리 원칙과 방송 독립성, 공정성도 지켜지고 있고, 10.13 합의는 파기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방통위는 ‘권고①과 ②’를 통해 명확한 태도를 보였다. 권고①에서 임명동의제와 노조추천 사외이사제도가 명시된 합의서(10.13)의 취지와 내용을 이행하라고 한 데 이어, 권고②에선 ‘방송독립성 확보를 위해 SBS 이사회 구성 때 공적책임,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 선임’까지 주문했다. 사측의 일방 파기로 사라진 임명동의제와 노조추천 사외 이사 복원을 직접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콘텐츠 투자 펀드 포함 투자 규모, 일정까지 제출하라”
“최대주주의 SBS 투자, 더는 외면할 수도, 피할 수 없다”
방통위 의결에서 또 하나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조건이 부가됐다. 최대주주의 SBS 투자가 명시된 ‘조건②’다. 지난해 방통위는 SBS에 대한 투자안 마련을 주문했지만 최대주주와 사측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은 그동안 1천 구성원 서명, 노보, 미래발전협의체 등 각종 회의에서 줄기차게 최대주주의 투자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동안 SBS를 지렛대 삼아 이익을 극대화했던 최대주주로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것이고, 최대주주로서 자격을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이런 최대주주를 향해 제대로 된 투자 요청을 하지도 못한 SBS 경영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방통위도 최대주주 등 사측의 이런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에 적극 공감해 ‘조건②’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부가한 것이다. ‘콘텐츠 투자펀드’라는 예시부터, ‘지원 규모, 일정까지 적힌 세부실행 계획 제출’이라는 구체적 내용이 ‘조건’에 명시됐다.
■“방통위 결정 취지 존중이 SBS 미래를 위한 길”
그동안 노동조합이 말해온 건 일관되게 명확했고, 무리한 것도 아니었다. 이미 SBS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공정방송을 위한 소유경영분리 원칙, 이를 담보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임명동의제와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도의 유지, 그리고 지상파다운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최대주주의 투자였다. 새로운 걸 요구한 것도, 진일보한 걸 요구한 것도 아니다. 이미 있는 제도를 계속 지켜나가기만을 바랬던 것이다. 방통위의 결정 취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대주주 등 사측이 SBS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더는 소모적인 논쟁에 힘을 쏟지 말고, 퇴행을 멈춰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