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상황을 앞두고 있습니다.
SBS 뉴스 속 악덕 기업들이나 일삼던 무단협 상황이 우리 앞에 놓였습니다. SBS 31년사 초유의 사태이고 언론 사업장 전체로 봐도 10여 년만의 일입니다. 소유 경영 분리와 방송 독립을 제도적으로 담보하는 임명동의제를 없애고 경영진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인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도마저 허문 사측이 이제는 노조 탄압 수순에 들어가려 합니다.

퇴행의 끝은 파멸뿐입니다. 
구성원들의 오랜 투쟁과 강력한 바람으로 이뤄낸 지난 30년 노사 합의의 성취와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종사자 대표인 노조를 겁박해 흔들려는 사측의 의도는 자명합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고,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더 노골적으로 더 충실히 대주주의 이익에 복무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사측의 이런 일방적 퇴행에 시민사회는 물론, 이번 TY홀딩스 최종 승인 심사에서 드러났듯 규제기관마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구성원의 뜻에 반하고, 시민사회와 규제기관이 경고하는 퇴행적 질주를 멈춰야 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의 존엄과 가치, 우리 일터의 건강과 내일을 위한 싸움이기에 끝까지 인내하며 진정으로 협상에 임하겠습니다. 사측은 무단협 상황을 기다리듯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시간 보내기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지난 17일과 23일 종사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가 만나 직접 교섭하자고 사측에 공식 제안했습니다. 아직 사측으로부터 답을 듣지 못했지만, 갈등 비용을 줄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인내하며 협상에 나서겠습니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하나 된 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어려울 때마다 조합원 여러분들은 힘을 모아 주셨습니다. 지난 2004년과 2012년, 2017년 등 대주주와 사측이 방송을 사유화하고 공적 책임을 방기해 SBS가 숱한 위기에 놓일 때마다 우리 일터를 건강히 지켜낸 것은 바로 SBS 구성원, 여러분들이었습니다. 이번 위기에도 힘을 모아 주신다면 노조가 앞장서 SBS를 지켜내겠습니다. 비를 맞고 있는 사람과 연대하는 길은 우산을 씌워주는 게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를 위한 길에 함께 걸어주십시오. 

2021년 9월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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