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번 노보는 ‘무단협(단체협약 해지)’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 따라 ‘특보1호’로 제작됩니다. 이번호에선 우리 삶이 응축된 단체협약이 사라진 경위 전말을 밝힙니다. 사측의 ‘단협 해지권’ 사용에 따른 무단협의 엄중함과 문제점, 이를 묵과할 수 없는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지금 SBS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남의 일’이 아닌, 우리가 마주한 현실 그자체입니다.
우리 삶의 이야기가 사라졌다. SBS에 입사해 SBS를 떠날 때까지, 때론 떠난 이후까지 영향을 주는 임금, 인사, 휴가, 휴직, 육아 등 노동환경과 권리가 집약된 노동자의 헌법이 바로 단체협약(단협)이다. 우리의 땀, 눈물, 웃음, 한마디로 노동자의 삶이 녹아든 ‘단협’이 사라지면서, 우리의 일상도 흔들렸다. 창사 이래 한 번도 없던 ‘단체협약 해지 통고’에 따른 무단협, 이 모든 게 구성원과 노동에 대한 일말의 존중조차 없는 사측의 퇴행과 탐욕이 부른 참혹한 결과다.
■사측의 전례 없는 ‘단체협약 해지권’ 사용...예정된 무단협
SBS 노사는 창사 이후 31년간 지속적으로 단협을 개정했다. 노사 의견 불일치는 일상이었다. 간극을 줄이고자 때론 목소리를 높여 격론도 벌였지만, 인내하며 협상을 이어가 결국, 노사가 손잡고 단협을 체결해왔다.
하지만, 올해 진행된 단협 협상은 과거와 달랐다. 사측은 지금껏 SBS 역사에 없었던 ‘단체협약 해지 통고 조항(*노보 315호 참고)’을 사용했다. 사측이 4월 2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단협 해지 통고’를 하면서, 10월 3일 0시를 기해 무단협이 된 것이다. 1996년 이른바 ‘노동법 날치기’ 때 만들어져 악용됐던 ‘노동조합법 32조’가 우리 일터에서 작동한 것이다.
해당 조항이 사측이 사용한 이른바 ‘단협 해지권’이다. 쉽게 말해 ‘단협 해지 통고’만 하면 6개월 뒤 ‘무단협’을 만들 수 있는 법 조항이다. ‘(단협의)유효기간이 만료돼도 갱신을 위한 교섭이 진행 중일 때 (단협의) 모든 효력은 지속 된다’는 ‘SBS 단협 28조’에도 불구하고, 무단협이 된 이유다. 무단협을 초래하지 않고 협상을 계속할 수 있었지만, 사측의 ‘단협 해지권 사용’으로 그 기회가 원천적으로 사라진 것이다.
사측은 단협 해지권 사용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임명동의제 조항 하나 때문에 부득이하게 단협 해지 통고라는...” 4월 2일 알림에서 밝혔듯 단협 14장 임명동의제 조항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단협 교섭에서 노조가 임명동의제 삭제를 반대하자, 사측은 자신들의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일방적으로 ‘단협 해지 통고’를 한 것이다. 임명동의제를 삭제하지 않으면 무단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상 협박이었고, 협박의 볼모는 구성원들의 삶이 녹아있는 우리의 단협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협박은 무단협이 되면서 현실이 됐다.
<2번 기사에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