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협 해지 통고는 평화적 협상 중단 선언(SBS 뉴스)”
“노동계의 신종 플루 단협 파기..산업평화 깨뜨려(한겨레)”
■‘단협 해지 통고’를 하는 노조는 없다.
단협은 구성원들의 오랜 투쟁으로 어렵게 얻은 결과물이다. 노동자들이 나의 일터와 삶을 보다 풍요롭고,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영위하기 위해 각종 제도와 성과를 집약해 놓은 결정체가 바로 단협이다. 무단협이 되면 이 모든 게 사라진다. 무단협이 예정되는 ‘단협 해지 통고’를 노조가 하지 않는, 아니 할 수 없는 이유다.
악덕 기업들이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무단협 상태를 만들고 나면, 자주적인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SBS 사측도 그동안 수차례 공문과 알림(21.4.21)에서 “단협이 해지되면 가장 크게 바뀌는 건 노동조합 활동”이라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조합비 일괄 공제, 근무시간 조합 활동 지원 등이 소멸된다”고 말해왔다.
결국 ‘임명동의제가 삭제된 단협’에 동의하지 않으면 무단협 상황을 만들고, 그렇게 되면 ‘노조 활동부터 제약된다’는 사측의 알림과 공문을 계획된 겁박과 협박으로 보는 건 무리일까.
■SBS 역사에 오명 ‘단협 해지 통고’..우리 일터에서 일어나선 안 되는 일
SBS 노조는 사측이 ‘무단협’을 무기로 몰아붙이는 일방적 행위에 분노하고 모욕감도 느꼈지만 대응을 삼갔고, 참고 또 참으며 진정으로 교섭에 임해왔다. 구성원들의 삶을 지키고 싶다는 일념에, 무단협만은 막아보자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노조가 구성원들의 비판을 무릅쓰고 사장을 임명동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양보안’을 제시한 것도 이런 이유(*노보 319호 참고)였다. 그러나 이마저 거부한 건 사측이었다.
그런데도 사측은 지금 “단협 해지 책임은 노조에게 있다(21.10.07 알림)”라며 왜곡하고 있다. 아무리 왜곡을 시도해도 팩트는 팩트다. 우리 일터에서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단협 해지 통고’ 즉 ‘단협 해지권’을 사용한 것도 사측이고, 어떤 협상안도 없이 오로지 ‘임명동의제 전면 삭제’만을 고집한 것도 사측, 또 노조의 절박한 양보안마저 거부한 것도 사측이다. 일련의 팩트에 조금의 거짓이 있는가. SBS 역사에 오명으로 기록될 ‘단협 해지’도 모자라, 이젠 누구보다 팩트 앞에 겸손해야 할 언론사의 기본자세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단협 해지 통고는 평화적 협상 중단 선언(SBS 뉴스비평 09.12.04)”
“노동계의 신종 플루 단협 파기..산업평화 깨뜨려(한겨레 09.12.11)”
“머슴과 타협 말라는 대통령..단협 해지 통고는 MB정부 노사관계의 최대 히트상품(매일노동뉴스 09.12.28)”
“단협 해지는 노조와의 평화적인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사측의 단협 해지가 파업 불러..(노사 갈등의 발단은)공사 측이 단협을 해지한 데 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SBS가 12년 전 ‘사측의 일방적 단협 해지 통고에 따른 무단협’을 비판한 보도들이다. 지금 우리 일터에 벌어진 무단협 상황, 12년 전 SBS가 비판한 행동을 지금의 SBS가 한 것이다. 단협 해지는 사측이 했지만, 부끄러움은 우리 구성원의 몫이 됐다.
더 큰 문제는 SBS 사측의 단협 해지가 MB시절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MB정부 시절 단협 해지를 하며 내세운 건 ‘법과 원칙에 따른 노사 관계 재정립, 노사 문화 선진화’였다. 생경하지 않은 이 단어들, 지금 WISE 사측 알림에 그대로 쓰여 있는 글자들이다.
MB정부 시절 단체협약을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언론들은 ‘사측의 단협 해지권 행사에 따른 무단협’을 “노동계의 신종 플루, 극악한 신종 노조 탄압 수법”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언론은 사측의 단협 해지권 사용을 ‘의도적 무단협, 기획된 무단협’으로 규정했다.
또 단협 해지권 사용을 권장하는 MB를 향해 “머슴과 타협 말라는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며, ‘노조 파괴자, 단협 파괴자(한겨레, 매일노동뉴스 등)’로 비꼬았다. 단협 해지 목적도 우리에겐 낯설지 않다. 단협에 새겨진 노동자의 인사 경영 감시 제도, 민주적 의견 수렴 절차 등 사업장의 ‘민주적 제도’를 없애기 위해 무단협을 자행한 것으로 당시 언론들은 평가했다.
<③번 기사에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