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동자의 자존을 지키는 싸움, 만 6천 언론노조 조합원이 함께 합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언제나 자랑스러운 SBS 본부 조합원 여러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윤창현입니다.
창사이래 지속된 무노조 경영의 철옹성을 깨부수고 노동조합의 깃발을 SBS에 내건지 벌써 23년이 됐습니다. 현장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해주신 조합원들, 그리고 수많은 불이익과 희생을 무릅쓰고 버텨온 선후배 동료들이 함께 일궈온 길이었습니다.
비록 태영자본과 사측이 단체협약까지 해지하면서 SBS 조합원들의 생존권과 존엄을 짓밟아 보겠다는 철없는 도발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래도 오늘 만큼은 서로 환하게 웃으면서 아낌없는 축하와 격려로 노동조합의 생일을 마음껏 자축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사내에서는 제대로 인식하기 힘들 수 있겠지만 SBS 본부의 투쟁사는 대한민국 언론운동사의 중요한 기록이자,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진보의 역사입니다.
상업방송, 사영방송이라는 조롱까지 받으며 대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방송을 마구 동원하던 악습의 고리는 중단없는 노동조합의 투쟁이 없었으면 이미 SBS를 거꾸러뜨렸을 것입니다. 또 2004년 대주주의 잘못으로 인한 재허가 파동으로 SBS가 간판을 내려야 할 위기의 순간에 노동조합의 노력과 결단이 없었으면 아마 지금쯤 다른 자본이 지배주주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대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마구 유출되던 방송수익구조를 바로 잡는 노동조합의 투쟁이 없었으면 극심한 위기에 가장 취약한 방송사가 됐을 것입니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한 경영진과 사적 이익에 매몰돼 방송의 사회적 신뢰와 공적 책임의 무게를 망각했던 대주주를 대신해 늘 조직의 위기에 몸을 던져 미래를 담보해 온 것은 바로 조합원 여러분, 그리고 노동조합이었습니다.
이미 SBS 본부가 걸어온 발자취와 투쟁의 성취들은 대한민국 방송역사를 바꾸는 틀로 진화했습니다. 공영방송을 포함한 여타 언론사업장의 직장민주주의 강화와 대등한 노사관계, 그리고 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고 시청자 신뢰를 강화하는 표준이 된 상황입니다.
이는 지난 2017년 임명동의제 시행 합의 당시 태영자본과 사측이 공히 인정했던 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저들은 스스로 내뱉었던 자화자찬까지 뒤엎어가면서 DNA에 침잠해 있던 방송장악의 발톱을 또다시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러한 시도는 결국 또다시 실패로 귀결될 것입니다. 시대를 거스르는 착오이자, 진보의 역사에 저항하는 당랑거철일 뿐입니다. 이미 태영자본과 사측의 속내가 임명동의제를 넘어 노조파괴에 있다는 점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깊이 인식되어 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150여 사업장의 만6천 언론 노동자들 또한 SBS 본부가 세운 방송민주화 역사의 중대한 전진을 지지 엄호하기 위해 함께 싸울 준비를 마쳤습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노동조합을 파괴하려는 경영진은 10년 전, 같은 방식으로 MBC를 망쳤던 그 때 그 자들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며, 노동조합을 파괴해서라도 방송을 손아귀에 넣겠다는 자본은 태영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퇴출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어느 때보다 ‘내가 스스로 노동조합을 지키겠다’는 작지만 단단한 각오들을 하나로 모아주셔야 할 시간입니다. 태영자본과 경영진이 부수려 하는 노동조합의 울타리 안에는 언제라도 쓰고 버릴 부속품 같은 노동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키고자 하는 눈물과 땀, 그리고 자존이 있습니다.
SBS 선후배들의 격려와 응원, 그 자양분을 먹고 버텨온 저 역시 제 위치에서 할 일을 해 나갈 것입니다. 언론노조 차원의 강고한 연대투쟁을 통해 태영자본의 노조파괴 책동 분쇄는 물론 다시는 이러한 천박한 시도가 어떤 언론 방송 사업장에도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법 제도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노조 창립 23주년, 투쟁하는 SBS 본부 조합원들께 존경과 연대의 인사를 보냅니다. 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