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시킵시다."

공정방송은 방송노동자의 핵심적 근로조건입니다. “공정방송을 목숨 걸고 지키겠다”라는 사측의 선언도 나온 만큼 이제 우리 일터에서 잘 지켜지도록 제도화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공정방송을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과거 SBS에서 공정방송은 왜 지켜지지 않았습니까? 권력을 좇아 보도에 개입하고 사익을 위해 방송을 동원한 대주주, 그리고 그런 대주주의 이해에 철저히 복무한 경영진이 SBS를 망쳐왔습니다. 과거의 치욕적인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소유경영 분리와 경영진에 대한 종사자 최소한의 견제와 감시가 공정방송 실현의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공정방송에 대한 사장과 최고 책임자의 확고한 의지와 이를 보장할 장치가 핵심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2008년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도가, 2017년 사장과 공정방송 최고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가 도입됐습니다. 사측의 말처럼 2017년 이후 공정방송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그건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도와 임명동의제가 제 기능을 했다는 방증일 겁니다. 

그런데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도를 없애고, 임명동의제마저 폐기해 경영진에 대한 어떠한 견제와 감시 장치도 남겨 놓지 않은 지금, 사측은 뻔뻔하게도 공정방송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측이 말하는 공정방송이 허울뿐인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일터에서 공정방송 실현을 위해 임명동의제와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도가 필요하다는 건 SBS 구성원의 요구입니다. 없던 제도를 새로 만들자는 것도 아닙니다. 기존에 있던 제도를 시행하면 될 걸, 갑자기 국장에게 공정방송 실권을 보장하겠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실권이 무엇이며, 또 어떻게 보장하겠다는 건지, 사측 알림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사규에서 ‘문장 한 줄’ 바꾼다고 직제, 편제 변경 권한, 인사 발령, 부서 배치 권한 등이 본부장에서 국장으로 옮겨지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공정방송 훼손에 남용된 이런 권한들의 견제는 어떻게 받겠다는 것인지도 사측 알림에는 없습니다.

사측이 폭력적으로 우리에게서 빼앗아 간 것들을 한꺼번에 되찾아옵시다. 다음 주 진행되는 파업 찬반투표(22일~28일, 모바일 투표)에 모두 참여해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시켜 주십시오. 싸우겠다는 충만한 의지로 승리를 쟁취합시다. 의지가 결과를 만듭니다. 어떤 장애물도 바다를 찾는 강물의 흐름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나라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줍시다. 뭉치는 게 어색하지 않도록, 또 나와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을 보며 마음을 굳건히 할 수 있도록 23일(화) 점심(11:40~12:00)을 ‘2차 총결집의 날’로 선포합니다. 부당함에 맞서고 불의에 저항해 내 것을 지키겠다는 결의를 다집시다. ‘함께’할 때 나약함과 두려움을 몰아낼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SBS 구성원 여러분, 내 가치와 권리, 미래를 위한 싸움입니다. 누가 나 대신 싸워주지 않습니다. 반드시 내 손으로 지켜내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2021.11.19
                         전국언론노조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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