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마저 불법으로 왜곡하는 사측..우리를 가둘 수 없다."


파업. 마지막 순간까지 참았던 이 말을 결국 꺼내게 됐습니다. 소중한 일터에서의 사랑하는 내 일을 잠시 멈추려 합니다. 오래도록 내 일터가 자랑스럽고, 내 일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잠시 우리 자리를 떠나려 합니다. 

우리는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습니다. 부당과 불의에 결코 눈감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우리의 존엄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떳떳하게 요구하고, 당당하게 되찾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뜨거운 결의와 합법적인 행동마저 사측은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방역을 핑계로 오늘 오후 6시 반으로 예정된 파업 결의대회를 불허 통보했습니다. 확 트인 1층 로비 대신 꽉 닫힌 13층 회의실에서 결의 대회를 진행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사측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시설관리 외주 직원들을 앞세워 행사 장비마저 반입 금지시키겠다며 갈등을 조장하고 나섰습니다. 사측은 을과 을의 갈등을 기획하며 바라고 있지만, 노조는 사측의 저열한 방식에 휘둘리지 않겠습니다.  

정부 방역지침보다 엄격한 원칙을 노조에만 적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감염 확산을 막는데 로비보다 회의실이 더 안전할 거라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 있습니까. 언제부터 조합원이 모이는 데 사측의 허락이 필요했습니까. 사측이 정말 두려운 건, 코로나19입니까 아니면 하나된 우리입니까.

사측은 우리를 가두고 우리의 외침이 묻히길 바라겠지만, 우리의 저항 의지는 절대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사측의 방해로 준비된 일정에 일부 차질을 빚더라도 예정된 시간(오늘 오후 6시 30분) 예고된 장소(목동사옥 1층 로비)에서 전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파업 결의대회를 갖겠습니다. 사측이 무대를 없앤다면 바닥을 무대 삼겠습니다. 사측이 마이크를 뺏는다면 목청 높여 외치겠습니다. 비상한 상황입니다. 전 조합원께서는 반드시 결의대회에 참석해 하나로 힘을 모아주십시오. 우리의 외침은 더 큰 함성이 되어 우리 일터를 가득 채울 것입니다. 

결의대회에서 파업지침 1호를 발표하겠습니다. 민주적 투표로 파업을 결의한 만큼 그 결정을 따르는 것은 이제 조합원의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내가 그 책임을 회피한다면 소중한 내 동료가 다칠 수 있습니다. 나약함에 숨는다면 그건 우리 일터와 노조를 망치는 해노행위가 될 것입니다. 비겁함으로 외면한다면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앞날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라고 생각하는 구성원에게 ‘우리 회사’는 굴복과 굴종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빼앗고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직 대주주만을 바라보며 구성원의 절실한 목소리에는 귀 닫고 있습니다. 절대로 소중한 우리 일터 SBS가 또다시 대주주와 권력의 발아래 놓여 시름하게 두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단결로 저들이 억눌러온 질서를 뒤집어버립시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우리가 가려는 길마다 저들은 협박과 회유로 우리를 막아서려 할 겁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길을 내는 것은 사람의 발걸음입니다. 사람의 의지입니다. 우리 같은 방향을 향해 같은 보폭으로 뚜벅뚜벅 걸어 승리의 길을 만듭시다. 함께하는 동료를 믿고 굳센 마음으로 옳은 실천을 이어갑시다. 하나 된 우리 앞에는 오직 승리만이 있을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2021.12.2                                           

- 전국언론노조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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