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께 고합니다."

공정방송과 노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후배들이 파업에 나섭니다. 천직이라 여겨온 우리의 일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후배들이 파업하는 동안 어떠한 이유에서든 후배들의 자리를 대신하지 말아주십시오. 

‘너희가 더 오래 일할 SBS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속이지 말아주십시오. 선배들께서 우리의 자리를 대신 한다면, 후배들이 일터로 돌아오는 데 그만큼 더 오래 걸릴 겁니다. 방송이 정상화되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후배들을, SBS를 위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망치는 길입니다.

사측 말대로 SBS는 경쟁력 1위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습니다. 선배들께서는 SBS가 1등 방송이라고 자부하십니까. 우리는 죽도록 일하는데 왜 SBS는 언론 신뢰도 평가에서 늘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합니까. 우리의 노력이, 실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이른바 ‘SBS 디스카운트’는 누가 만들었습니까. 사적 이익을 위해 방송을 동원한 대주주, 그런 대주주 눈치 보며 권력과 자본에 알아서 기었던 경영진 때문 아닙니까.

그래서 선배들께서도 과거 수차례 저항하지 않으셨습니까. 불안 속에 노조라는 울타리를 세우고, 위기 때마다 밤늦도록 머리 맞대고 괴로워한 이유가 그 때문 아닙니까. SBS가 에스비에스가 아닌 멸칭으로 불리며, 내 아이가 부모의 직장을 부끄러워하는 걸 더는 못 보겠다고 일어섰던 거 아닙니까.

이제 우리들이 사측의 퇴행을 바로 잡겠습니다. 대주주 1명만을 바라보며 공정방송 제도를 없애기 위해 단체협약을 해지하는 폭력을 저지른 저들을 상대로 분연히 일어나 싸우겠습니다. 선배들께서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SBS에서 일하게 될 미래의 후배들에게 우리 일터가 더는 부끄럽지 않기 위해, 그들의 노력이 세상으로부터 정당히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파업에 나섭니다. 선배들께 ‘대견하다, 장하다’라는 격려받고 싶습니다.

진심 어린 부탁에 더해 선배들께 무거운 경고도 드립니다. 파업 중인 후배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거나 파업 참가를 이유로 회유와 협박, 압력 등 부당한 대우를 한 게 확인되면 부당 노동행위로 끝까지 책임을 묻겠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후배들이 먼저 선배를 기억할 겁니다.

선배들께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파업 기간 후배들의 자리를 대신하지 말아 주십시오. 지금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후배들과 함께해주십시오.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우리가 방송 종사자로, 또 노동자로 당당히 서기 위한 싸움입니다. 우리 일터를 바로 세우는 투쟁입니다.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로 남아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1.12.3                                          

 - 전국언론노조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