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의 칼이 노조를 넘어 구성원을 향했습니다."

노조의 요구는 일관되게 하나입니다. 기존에 존재했던 공정방송 제도를 없애지 말고 사측이 해지한 단체협약을 조속히 복원하자는 것뿐입니다.

이런 노조 요구에 대한 사측은 답은 갈라치기와 노조 와해였습니다. 공정방송은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편성권 독립을 큰 축으로 합니다. 보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인제스피디움과 광명동굴 사례 등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로 제작 자율성과 편성 독립이 훼손된 일이 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사측은 보도본부장에 대한 임명동의제만을 수용하겠다며, 또다시 우리를 갈라치기 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묻겠습니다. 보도본부장은 되는데, 시사교양본부장과 편성본부장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측이 말했듯 공정방송 최고 책임자인 이들 3人에 대해서는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종사자 최소한의 견제와 감시 장치는 경영권 침해가 아님은 물론, 인사권 침해 역시 아니라는 걸 이 제도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시청자위원회 역시, 이들 3人 본부장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유지할 것을 다수 의견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사측은 시청자위원회의 안을 중재안처럼 제시하지만, 시청자위원회에서조차 편성·시사교양·보도본부장 임명동의제는 노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SBS가 시청자, 규제기관, 사회전체를 상대로 한 약속이자 불공정방송을 막는 방파제라고 밝혔습니다. 사측의 제안은 이런 취지를 또 다시 왜곡하고 있습니다. 

사측의 태도는 노조가 파업을 하길 바라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원칙, 명분, 실리에 도 어긋난 제안을 해놓고선 이를 거부하자마자 기다렸다 듯이 이를 공개하고, 협박성 알림을 올린 데 이어 노조 해체 공문까지 보냈습니다. 노조는 지금까지 무단협을 막기 위해 양보를 거듭했고, 사측의 거친 표현에도 대응하지 않은 채 구성원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팩트를 근거로 차분하게 대응해왔습니다. 그런데도 사측은 오늘까지 왜곡과 폄훼, 협박으로만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노조는 파업만은 막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장을 임명동의 대상에서 제외한 데 이어, 중간평가에서도 빼겠다고 한 발 더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도리어 노조 와해라는 써서는 안 될 칼을 빼 들었습니다. 6일부터 전임자 복귀와 노조 사무실 폐쇄, 조합비 자동공제 불이행, 홍보활동 불허 등을 시행하겠는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자주적 조합 활동의 핵심적 조치들을 모두 없애겠다는 겁니다. 10년 전 MBC가 노조를 없애기 위해 했던 짓을 SBS 박정훈 사장이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종사자보다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측은 지난주 공문으로 10조 규제와 관련한 노조의 입장을 묻는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사측은 노조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근거도 이유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짜고짜 답변을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노조는 ‘사측 요청의 근거도 없고, 노조가 사측에 입장을 밝힐 이유도 없다. 노조의 입장은 있지만, 추후 입법기관이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입장을 요청하면 성실하게 설명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답했습니다. 사측은 명백히 공문으로 남아있는데도, ‘노조가 무응답을 했다’는 식으로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10조 규제 완화를 찬성하는 것만이 SBS와 우리의 미래를 위하는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대주주와 사측은 공정방송 제도,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후퇴시키더니 급기야 노조 해체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정녕 SBS와 구성원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런 행태를 벌일 수 있을까요.

사측이 미래를 말하기 위해선 노사 간의 대립을 조장하며, SBS를 지렛대 삼아 부를 축적하고도 SBS에 대해서는 투자조차 하지 않은 대주주에게 공공재 지상파를 소유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자문해야 합니다. 지금의 사측 발언과 행태는 SBS 미래엔 오직 대주주만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고 있을 뿐입니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도는 원래 있던 제도입니다. 사측 주장대로 설사 10.13 합의가 파기됐다고 하더라도, 이 제도는 2008년부터 존재했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근거도 없이 13년째 존재했던 제도를 불이행하고 있는 게 사측입니다. 당연히 이행해야 할 합의를 마치 노조 안을 수용한 것처럼 사측은 포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노조는 노동자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런 노조를 없애려 하면서 임금, 성과급 등을 운운하며 노동자를, 구성원을 위한다고 기만하지 마십시오. 사측은 성과급 지급과 임금 인상을 대놓고 볼모로 잡고 나섰습니다. 우리의 권리를 행사하는 파업은 임금, 성과급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사측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를 협박 카드로 쓰는 건 구성원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것일 뿐입니다. SBS가 이익을 거뒀으면 그건 구성원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임금과 성과급을 협박 카드로 들이미는 건 도리어 구성원들의 분노만 살 뿐입니다.  

사측은 이제 단체협약까지 새로 쓰겠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습니다. 임명동의제 외엔 기존 단협은 그대로 지키겠다는 사측의 발언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겁니다. 언제라도 우리의 권리가 집약된 단협을 수시로 소멸시켜버릴 수 있다는 협박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는 겁니다. 

노조는 공정방송이라는 방송노동자의 핵심적 근로조건은 물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쟁취하는 일에도 결코 소홀하거나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공정방송에 이어, 임금 등 노동의 대가마저 빼앗으려 한다면 더 큰 저항을 불러오리라는 것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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