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협을 끝내며-권지윤 공정방송실천위원장

무거운 시간 속에 유리창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무단협, 파업 찬반 투표, 파업 결의, 파업 지침, 그 어느 것 하나 경쾌한 것도 가벼운 것도 없었습니다. 감정에 휩쓸리거나 경도되지 않기 위해 자기 객관화에 노력했습니다. 선의와 이상만으론 최선의 결과를 담보할 수도 없고, 내 생각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었을 때 생길 오류도 염두에 뒀습니다.  

단체협약은 체결됐지만, 내용은 달라졌습니다. 몇 문장이 삭제되거나 추가됐다는 말만으로 의미를 부여할 순 없습니다. 만족스런 성과라고 평하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과거보다 후퇴하고 부족한 결과라는 비판은 온당합니다. 당연한 지적으로 아프게 받아들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되새김질 하겠습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뚜렷하게 확인된 것들이 있습니다. 공정방송에 대한 구성원 전체의 강력한 염원과 의지입니다. 구성원들은 내 시간을, 내 임금을 포기하더라도 공정방송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강력하게 보여줬습니다. 우리 조직엔 방관자가 아닌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준 선후배 동료들로 가득했습니다. 이들 덕분에 SBS는 더 발전할 수 있고, 일 할 맛 나는 일터가 될 것입니다. 

공정방송은 노사 모두가 수호해야할 절대적 가치이자, SBS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자명한 사실이 값 비싼 비용을 치르고서야 다시 확인됐습니다. 이런 가치와 조치가 불가역적이 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구문이 아닌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게 앞으로도 주어진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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