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노동조합에 비슷한 제보가 여러 건 들어왔습니다. 태영그룹 윤석민 회장이 목동과 상암 사옥을 자주 찾는다는 목격담이었습니다. 조용히 귀에 대고 얘기하는 걸로 봐서 조합원들 스스로도 매우 조심스러운 얘기임을 직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떤 조합원은 직접 겪었고, 또 어떤 조합원은 구전으로 알게 된 SBS 슬픈 역사, 바로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 논란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런 이유 등으로 대주주는 지난 2005년과 2008년, 2011년, 2017년 이렇게 네 차례나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SBS 노사협의회가 열리는 날 점심, 노동조합은 대주주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윤 회장이 목동 사옥의 임원 식당에서 모 본부의 간부들과 식사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누구는 그렇게 말합니다. “대주주가 직원들과 밥은 먹을 수 있지.” “밥 먹는 거 갖고 그렇게 색안경 끼고 보지 말자.”
하지만 조합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과연 그 식사 자리가 진짜 밥만 먹는 자리였겠습니까? 질문과 대답이 오갔을 겁니다. 칭찬과 지적이 있었을 겁니다. 함께 자리한 경영위원과 국장 등 간부들은 대주주의 말 한마디 심지어 침묵에서조차 메시지를 찾으려 했을 겁니다. 거기에 살이 붙고 해석이 들어가고 확대 증폭되면 그게 바로 대주주의 ‘경영 간섭’이 되는 겁니다. 특히 윤 회장은 SBS에서 아무런 직책을 맡고 있지 않기에 ‘부당한 경영 간섭’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중입니다. 정부와 국민,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대주주가 기업 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중일 거라 믿고 있을 텐데, 독립경영이 엄격히 보장된 SBS와 그 자회사를 자주 찾아 경영위원들과 회동하는 걸 안다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가진다’는 의심을 받지 않겠습니까?
누구보다 이걸 잘 알고 있을 대주주가 왜 오얏나무 아래서 ‘대놓고’ 갓끈을 고쳐 매는지 조합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SBS의 한 지부 조합원은 “이러다 대주주가 목동이나 상암에 사무실을 다시 차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노동조합은 SBS 구성원 앞에서, 국민 앞에서 네 번이나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선언한 대주주의 진정성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금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할 거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그럼에도 혹시 몰라서 SBS 2분기 노사협의회에서 구성원들의 걱정을 사측에 말했고, 대주주에게도 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우리 SBS와 구성원들은 방송 산업의 무한 경쟁 속에서 제대로, 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노동조합 또한 태영 사태의 위험이 SBS로 전이되지 않는지 예의주시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주주가 그동안 노사 양측 간에 쌓아왔던 신뢰를 조금이라도 저버리는 행위를 한다면 조합 역시 그에 맞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무더운 여름입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4.8.6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조기호 본부장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