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성평등언론실천상 수상작 인터뷰① 그알 유튜브팀(도준우 길용석 황별이 김다현 박정하 김아영 김혜진 김유정 이수민 박우연 이민선 남대원)(제작본부)

  여대생 살인사건은 있어도, 남대생 살인사건은 없다. 사소한 표현 하나지만, 방송 종사자들은 특정 성별을 배제하거나 강조하는데 어색함을 느낀다. 그냥 대학생 살인사건이라고 표현하면 되는데도 말이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전담하고 있는 제작본부 소속 <그알 유튜브팀>도 그랬다. 하지만 시청자와 구독자들의 지속적인 비판과 지적에 <그알 유튜브팀>은 성인지 감수성과 관련한 팀 내 자체 기준을 만들었다. 콘텐츠 내에서 성별의 차이를 구분 짓거나 특정한 성별을 강조하는 표현 방식을 지양하고 배제해 성별 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한다. 도준우 PD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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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에서 피해자 성별을 특정하는 표현은 배제한다고 들었다. 특히 썸네일에 더 신경쓴다고?

  대다수 매체에서 사용한 제목이라도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사용하지 않는다. ‘한인 여성 살인사건’ ‘여고생 살인사건’이라고 통용되더라도 ‘한인 살인사건’ ‘고등학생 살인사건’이라고 특정성별을 표현하는 부분은 빼는 거다. 특히 범죄나 사건을 주로 다루는 <그알> 채널 특성상 썸네일은 해당 사건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대표 이미지다. 썸네일은 팀원 전체가 있는 단톡방에 미리 공유해 의견을 나눈다. 사건의 자극적인 면만 강조되지 않도록 팀원들이 의견을 내면서 여러 차례 수정하는 작업을 거친다. 

유튜브 채널 의 콘텐츠 썸네일. 상당수 언론은 해당 사건에서 피해자가 여고생인걸 강조했다. 

  출연자가 젠더감수성이 떨어지는 발언을 하면 재촬영도 마다하지 않는다. 출연자가 특정성별을 강조하는 발언을 한두 번 스쳐가듯이 하면 자막으로 커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복해서 말하는 경우 다시 추가로 촬영하기도 한다. 이건 출연자 보호 차원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젠더 감수성과 관련해 이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게 된 특정한 계기가 있나?

  <그알> 채널이 시작된 지 5년이 조금 넘었다. 사실 5년 전 <그것이 알고 싶다> 본방을 할 때는 이 정도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곧바로 피드백이 왔다. 썸네일, 제목, 자막 등을 가지고 곧바로 댓글로 “그알은 이런 표현은 쓰지 않으면 좋겠다”는 시청자와 구독자의 지적이 있었다. 이런 지적을 반복적으로 접하다보니 내부에서도 “이런 피드백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이후 젠더 감수성과 관련된 표현을 체크한는 것이 일종의 룰처럼 돼버린 것이다. 젠더 감수성 뿐 아니라, ‘희대의 살인마’처럼 범죄 가해자를 대악마처럼 묘사하는 표현과 범죄를 미화하는 내용도 배제하고 있다.  

-자막이나 모자이크도 관리 대상이라고?

특정 성별에 특정 색깔 자막을 사용하지 않는다.
특정 성별에 특정 색깔 자막을 사용하지 않는다.

  채널 초기부터 “색깔로 성별을 구분 짓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자막을 사용할 때 성별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고착화 시키는 색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뒤집어 사용하고 있다. 모자이크를 사용해야할 때는 동물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그건 먼저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딱딱한 콘텐츠를 유튜브에서는 가볍게 풀기 위해서이다. <그알> 채널 출연진에게까지 범죄자처럼 일반 모자이크를 사용하기보다는 가벼운 톤의 동물 이미지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 이후 동물이미지도 가능하면 뭔가 특정성별로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출연자가 원하는 동물 이미지로 성별 특징이 드러나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 

-의외로 이런 자체 젠더 감수성 기준을 가진 곳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바람이 있다면 좀 전반적으로 탐사프로그램이나 보도제작물 등도 이런 기준을 확보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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