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성평등언론실천상 수상작 인터뷰① 박수진 김설화 이회리(보도본부) 김흥기(방송제작본부)
“임신을 하는 여성, 난임 치료를 받는 여성,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이 다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한 여성의 삶에 이 모든 일이 다 일어 날 수 있습니다.”
박수진 조합원은 6월22일 방영된 <뉴스토리>의 <낙태죄 폐지 5년, 방치된 ‘임신중지’>를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전문가 멘트로 위 말을 꼽았다. 낙태죄 폐지 이후 지난 5년은 대체입법이 되지 않아 입법공백이 생긴 건 물론이고, 나아가 우리사회에서 관련 논의가 실종된 시기이기도 하다. 해당 기사는 임신중지와 관련된 우리사회 논의의 물꼬를 텄다. 박수진 조합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클릭 <뉴스토리> 낙태죄 폐지 5년, 방치된 '임신중지'
-굉장히 어렵게 진행된 취재라고 들었다?
긴 시간 여러 명에게 접촉했지만,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은 2명뿐이었다. 신원을 철저히 가리는 조건으로 인터뷰를 했지만, 남한테 드러내기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이야기였던 것이다.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규정이 5년 전에 없어졌음에도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는 여전했기 때문이다. 임신중지 당사자는 물론 의사 역시 이 이야기를 기분 좋거나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시술하는 의사도 자신이 잘못된 일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있는 분이 많았다. 제작진 내부에서도 개인의 입장이 다 달랐다.
-그럼에도 긴 시간 취재하고 보도한 이유는?
낙태죄가 헌법불합치가 됐지만 대체입법이 없는 상황이 5년 됐다. 처벌 규정이 없어졌는데, 그렇다면 여성들이 좀 더 손쉽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무런 장애물 없이 선택이 가능한 것인지 짚어보고 싶었다.
특정 단체에서는 “이미 비범죄가 된 일인데 지금 또 불법인지 합법인지 이야기를 하느냐”는 사람이 있었고, 어떤 분들은 방송 나온걸 보고 “너무 실망했다. 왜 태아의 생명권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 하냐”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첨예한 상황이다 보니 어떤 뚜렷한 입장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리스크를 쥐고서라도 꼭 다루고 싶은 문제였다.
낙태를 조장하는 건 아니지만, 임신 중지가 더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건강보험이나 의료 인프라 등 제도가 구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매일매일 임신 중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나오는데, 지금은 법이 없다는 이유로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병원에 가는 게 두려워 출처불명의 불법낙태약을 먹는 사례도 있다. 임신중지가 더 위험하고 더 비싸진 것이다. 이런 현상을 방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저희의 보도가 제도 구비 등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아쉬운 점은 없나?
댓글로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주었다. 임신중지와 관련해 찬성이든 반대든 논의를 끌어낸 것 자체가 굉장히 보람됐다. 교수님 인터뷰를 하면서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도, 난임으로 고민하는 여성도, 출산을 한 여성도 다 한 여성의 일대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라는 말에 굉장히 공감을 했다. 임신중지나 출산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안전한 임신중지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이번 보도가 낙태죄 대체입법과 관련 의료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