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성평등언론실천상 수상작 인터뷰③ 양지훈(방송제작본부)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려 돕겠다고 만든 방송 제작물이 오히려 그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생각지도 못한 영상 속 작은 단서들로 피해자나 공익신고자의 신분이 노출되거나,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촬영이 당사자들에게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가 그렇다.
SBS A&T 방송제작본부 소속 양지훈 조합원은 자신의 취재 행위가 성폭력 등 각종 범죄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둔다. 취재 전 <보도영상 가이드라인>을 참고하고, 촬영 장비•촬영장 분위기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준비한다. 특히 지난 1월 8뉴스에서 보도된 <데이트 폭력범 가석방되면 알려 달라 했는데…“이미 출소”> 취재 과정에서 그런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클릭 ☞ <8뉴스> '데이트 폭력범' 가석방되면 알려달라 했는데..."이미 출소"
-<데이트 폭력범 가석방..> 취재에서 피해자 인터뷰를 위해 많은 걸 신경 썼다고 들었다.
보도 자체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 해주시는 분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걸 가장 신경 썼다. 인터뷰 현장에서 받을 수 있는 정신적인 피해나 보도 후 사생활 노출 등의 문제를 특히 주의했다. 먼저 취재 현장에서 흔히 쓰는 ENG카메라는 크기 자체가 크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성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6mm(Z90) 소형 카메라를 준비해 갔다. 인터뷰 장소가 집 안이었는데, 집 안 소품이 노출돼 피해자 신원이 노출될 가능성에 대비해 촬영 구도를 소품이 노출되지 않게 잡았다.
-인터뷰이가 심적 안정을 찾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이번 데이트폭력 사건 같은 비슷한 내용의 취재를 몇 번 한 적 있는데, 대부분 가해자가 남성, 피해자는 여성이었다. 그런데 이번 취재에서 취재진 3명, 영상기자, 촬영기자, 오디오맨까지 모두 남성이었다. 좁은 공간에 남성 3명이 몰려 있으면 피해자에게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오디오맨은 인터뷰 준비가 끝나면 방 바깥으로 나가게 했다. 또 인터뷰 장소에서 피해자 시야에는 오직 취재기자만 보이게 촬영 구도를 세팅했다.
-이번 취재 전날 <보도영상 가이드라인>을 숙지했다고 들었다. 평소에도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나?
앞서 이야기한 주의점들은 성폭력이나 데이트폭력 피해자 인터뷰에서 <영상취재팀> 내부에서 전해 내려오는 촬영 노하우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영상기자협회> 홈페이지에 있는 <보도영상 가이드라인>에는 취재 현장에서 겪는 윤리적 딜레마 등과 관련한 수많은 케이스들이 적혀 있다. 중요한 촬영이 있을 때마다 사전에 비슷한 케이스가 있는지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주의사항 등에 대해 고민한다. 이번 취재에서도 보도 자체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참고하면서 더 신중하게 취재에 임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각오는?
지금은 총과 칼보다 카메라가 더 위협적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직업 특성상 각종 피해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저의 취재가 절대 2차 가해가 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