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성평등언론실천상 수상자 인터뷰① SBS스페셜-바디멘터리(정재원, 이소희, 김아라, 윤가은)
한 때 우리 사회에서 바디포지티브(Body + Positive) 운동이 퍼져 나갔다.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자는 캠페인이다. 방송과 SNS 등 미디어가 외모나 몸매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파해 차별을 고착화 시킨다는 비판도 수십 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우리 미디어는 과연 이런 사회 인식을 받아들여 다양한 몸의 형태를 긍정하고, 건강한 몸을 추구하고 있을까. 이런 문제인식 속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SBS 스페셜-바디멘터리, 살에 관한 고백>이다. 몸매 관리로 극단까지 가봤던 김완선, 소유, 전효성, 한승연, 화사 5명의 K-POP 아이돌이나 여성 스타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 사회와 미디어의 몸에 대한 기준을 고찰해 본 수작이다. 정재원 PD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20대 여성 동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섭식장애나 거식증, 폭식증과 관련된 콘텐츠를 많이 접한다고 말한다. 2023년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20세 이하 여성 거식증 환자가 97.5%가 증가했다. 젊은 여성들은 너무 외모나 몸으로 자기 가치를 평가받는 게 심해지니까 섭식장애 등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조카가 10살인데, 8살 때부터 유튜브나 SNS에서 화장 등 외모 관련 콘텐츠를 접하면서, ‘코가 어떻게 생겼다’ ‘팔이 두껍다’ 등의 외모 이야기를 자주한다. 10년 전 20대가 그랬다면, 이제는 외모로 어떤 평가를 받고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문제가 7살 8살까지 내려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
-왜 남성이 아닌 여성의 몸 이야기에 집중했나?
평소 사회적 차별에 관심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 외모나 체중 등 몸이 많이 스펙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그건 여성들한테 훨씬 더 가혹하게 작용하고 있다. 외모에 대한 평가라든가 아름다워야 된다는 강박이 여성에게 훨씬 강하다. 저는 이건 당연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을 했다. 한국 사회 여성들한테만 가해지는 중대한 문제인데, 아름다움이나 건강을 추구하는 행위로 포장이 돼 있다. 보이지 않는 차별을 보이게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방송 내용을 보면 미디어가 여성 몸에 대한 비현실적 이미지를 전파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그런데 이런 논란은 수십 년 전부터 있었던 비판 아닌가?
방송을 제작하면서 탐구해 보고 싶었던 중요한 질문 중 하나다. 바디포지티브 운동 등을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가 몸에 대한 차별을 조금씩 줄여가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다. 그런데 스타일리스트나 연예인 당사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전엔 “그냥 좀 마르고 예뻐 보이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굉장히 분절해서 외모를 평가한다고 말한다. “코나 입은 어떻고, 두상과 턱 모양은 이렇고, 가슴과 허리는 어떻게 해야 된다”는 식이다. 외모에 대한 평가가 완화된 게 아니라 훨씬 분절돼서 들어가다 보니 더욱더 많은 압박감을 받게 된다. 화사 씨 같은 경우에도 “미디어의 태도가 나아졌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니, “아니다, 평가가 더욱더 구체적으로 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저는 미디어가 이런 것들을 좀 부추기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앞으로 프로그램 만들 때 섭외 등에서 몸의 기준을 빼면 어렵지 않겠나?
사실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될까가 고민이었다. 어떤 선까지는 건강을 추구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은 든다. 그런데 현재 미의 기준이 통상적으로 서로 인정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비현실적인 기준이 되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키 빼기 120’이라는 기준은 사실 말도 안 되는 기준이다. 이렇게까지 기준이 점점 구름 위로 올라간 거는 자꾸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제작을 할 때는 그런 외모에 대한 평가나 농담들의 이야기가 담기지 않게 노력을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