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SBS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위임을 받은 언론노조 SBS본부 조기호 본부장이 방문신 SBS 사장을 상대로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SBS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위임을 받은 언론노조 SBS본부 조기호 본부장이 방문신 SBS 사장을 상대로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제35기 SBS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목동 사옥 13층. 의장인 방문신 사장이 인사말에 이어 영업실적을 보고 하려고 하자, 누군가 “의장”이라고 외치며 질문을 청했다. 장내가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라 회사의 대규모 적자를 질타하려는 건가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내용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실적 보고는 유인물로 갈음해 달라”는 허무한 요구였다. 그 밖의 안건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이어졌다. 방 사장의 안건 상정과 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가 호기롭게 “의장”이라고 외치며 질문을 청했지만, 내용은 회사에 대한 칭찬 내지 격려를 하며 안건을 신속히 통과시키자는 거였다. 그러자 장내에서는 짜고 친 듯 한 목소리로 “동의합니다”가 연발됐고 안건은 순식간에 통과됐다. 면면을 살펴보니 모두 SBS 직원들이었다. 딱 1명인 것으로 보인 ‘진짜’ 소액주주가 오죽하면 “이거 뭐하는 거냐, 사람들 동원한 거냐”며 얼굴을 붉혔다.  
  직원도 소액주주일 수 있고, 주주총회에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하지만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소액주주인 척 하며, 회의 진행을 한쪽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은 일반 주주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SBS 정기주주총회는 매년 촬영돼 내부 서버에 인제스트된다. 그런데 해당 영상을 보면 매년 직원 십여 명이 소액주주인 척 돌아가며 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한다. 특정 발언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경우도 있다. 심지어 2022년에는 <정기주주총회 리허설> 영상이 저장돼 있는데, 박정훈 당시 사장과 임직원들이 질문과 답변을 연습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확인 결과 십년 넘게 조직적으로 기만적 주주총회를 해온 것이다.
  이번 주주총회는 사측의 관성적인 비윤리적 행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주주총회에는 <범죄자 최윤수 사외이사 임명 반대>를 요구한 노동조합의 참석이 예정돼 있었다. 그럼에도 사측은 자신들의 비윤리적 행위를 보여주는 데 스스럼이 없었다. 기만적 주주총회가 잘못인지 아닌지 판단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도덕적으로 타락한 것이다. 
  회사는 최근 SBS미디어그룹의 새로운 청사진을 담은 <뉴 비전>을 발표했다. <뉴 비전>은 세 가지 전략 지향점 중 하나로 조직문화 혁신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비관주의 팽배와 윤리의식 악화 등 문화적 위기를 혁신 대상으로 꼽았다. 하지만 십수 년 간 직원들을 기만적 주주총회에 대거 동원하고,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측 자체가 혁파의 대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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