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에 임명동의제 적용 범위 반드시 확대돼야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발의된 방송3법 단일안(방송3법)이 지난 7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KBS, MBC, EBS 등 3개 방송사 이사회에 100인 이상으로 구성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사회 구성을 변경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치 역시 강제 조항으로 바꿨는데 그 대상은 더 넓어졌다. 지상파TV와 종편, 보도전문채널이 이에 해당한다. 아울러 방송편성규약의 경우 제정뿐만 아니라 개정할 때도 취재・보도・제작・편성 종사자의 의견을 듣도록 했으며 규약을 어길 시 재허가 심사에 반영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방송3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이 법 21조에 끼어 들어간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의무화> 조항이 KBS, MBC, EBS 3개 방송사와 보도전문채널(YTN, 연합뉴스TV) 등 5개 방송사에만 한정돼 적용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철저히 보안에 부치다 과방위 소위가 열리기 이틀 전 토론회(1일)에서 처음 공개했다.

  SBS와 지역 민영방송사 노동조합은 이에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했고 곧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지난 1일 국회 과방위 토론회에서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조기호 본부장이 '갈라치기 임명동의제'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과방위 토론회에서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조기호 본부장이 '갈라치기 임명동의제'를 비판하고 있다.

1일 방송3법 긴급토론회는 말만 토론회였지 전날 저녁까지 비공개 방침이었다. 언론노조에서는 각 조합사들에게 아무런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1일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조기호 본부장은 과방위 최민희 위원장과 김현 간사에게 "원칙도 기준도 없이 5개 방송사에만 임명동의제를 부여한 까닭이 무엇인지 밝혀 달라. SBS와 지역 민방은 보도를 하고 있지 않다는 말인가"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SBS와 지역 민영방송 노동조합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임명동의제'를 확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투쟁 방향은 두 갈래. 하나는 국회 과방위원들을 상대로 한 항의 및 설득이고 나머지는 '갈라치기 임명동의제' 조항이 선명해진 뒤에도 해당 조합사들에게 일절 함구했던 언론노조 이호찬 위원장에 대한 사과 요구와 대책 마련이었다.

2일 서울 용산 모처에서 민영방송노조협의회(민방노협) 소속 조기호 본부장, 김영욱 지부장(TJB), 김영민 지부장(G1방송)은 이호찬 위원장과 만나 '갈라치기 임명동의제'가 나오게 된 전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고, 당사자들에게 함구했던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 위원장은 "방송3법이 그동안 여러 번 좌초돼 왔기 때문에 신속한 통과가 필요했다"며 "그래서 과방위원들이 보안을 요구했고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특히 그는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가도 똑같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해 분노를 자아냈고, 특정 방송사만을 위해 언론노조에 복무하느냐는 비판마저 불러 일으켰다.

  민방노협은 과방위 최민희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구했고 4일 과방위 위원장실에서 만남이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조 본부장은 "지상파인 SBS와 지역 민방은 안 되고, 외려 보도전문채널이 되는 이유가 뭔지, 속도만 중시하지 말고 더 숙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물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답정너'였다. “온갖 데서 압력이 들어온다. 오래 끌다간 방송3법 또 좌초된다”, “민영방송은 다음번에 논의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지난 7일 SBS본부 사무처 일동과 민방노협 지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7일 SBS본부 사무처 일동과 민방노협 지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7일  민방노협의 투쟁은 더욱 거세졌다. 많은 미디어 전문지와 인터뷰를 통해 '갈라치기 임명동의제'를 비판했고, “모든 지상파로 임명동의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은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7도에 이를 정도로 뜨겁고 습했다. 하지만 민방노협의 투쟁 열기를 막을 순 없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방송3법 임명동의제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전달했다.  

10일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갈라치기 임명동의제'를 고수할 바에는 차라리 해당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두 번째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사이에도 SBS본부와 지역 민영방송 지부들은 국회와 시민단체 등을 분주히 오갔다. 과방위 이훈기 의원을 만나 '갈라치기 임명동의제'가 문제 있다는 인식을 함께 했고, 향후 대책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지난 10일, SBS본부와 민방노협 지부장들이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임명동의제 확대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에게 전달했다.
지난 10일, SBS본부와 민방노협 지부장들이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임명동의제 확대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에게 전달했다.

11일 찾아간 과방위 이정헌 의원 역시 "임명동의제는 지상파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사로 확대해야 할 정책"이라며 우리들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15일 민방노협의 거센 항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향후 대책 요구에 언론노조 이호찬 위원장도 자세를 낮췄다. 15일 긴급 소집된 언론노조 임시중앙집행위원회에서 그는 “방송3법 논의 과정에서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법안에 각 지본부의 요구가 담기지 못한 조직들의 상실감 충분히 공감하고, 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특히 “향후 투쟁을 통해 내부 견제 장치(임명동의제 등)를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방송3법 추가 개정에 총력

  민방노협은 이 위원장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보도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모든 방송사로 확대하기 위한 비상대책위를 꾸려달라”고 제안했다. 이어 향후 비대위나 특위 체제를 어떻게 꾸릴지, 어떤 방식으로 임명동의제를 추가해나갈지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SBS본부는 앞으로 단체협약 내 임명동의제를 강제성 있는 ‘방송편성규약’에 옮겨 담기 위한 실무 작업을 사측과 진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민방 지부와 연대하면서 이훈기・이정헌 의원 등과 함께 임명동의제 확대 조항이 담긴 추가 개정안 발의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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