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아침 10시, 금융위원회 직원들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목동 사옥 21층에 들이닥쳤다. 미공개였던 넷플릭스 계약을 사전에 인지한 직원이 이를 활용해 주식거래로 9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해당 직원은 곧바로 사직서를 냈고, 회사는 냉큼 이를 받아 처리했다. 퇴직 공고가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건 오전 11시 30분쯤이다. 광속으로 사직서를 수리한 것이다. 해당 직원은 퇴직 처리가 됐지만, 한동안 21층에 머물며 압수수색에 협조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상쩍은 면직 처리로 자체 조사가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대기발령을 내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강도 높은 진상조사를 하고, 윗선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절차가 필수적이었다. 그런데 광속 면직처리로 해당 직원이 누구로부터 언제 미공개 정보를 얻었는지, 누구에게 정보를 건넸는지, 주식은 언제 매입하고, 또 언제 매도했는지, 추가적인 차명 증권계좌가 있는지 여부 등 모든 사실 관계가 안개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회사 내부에선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몰라 경영진이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사위원회를 열면 고구마 줄기 나오듯 관련자가 줄줄이 나올 것이고, 경영진이 책임과 징계를 피할 수 없을 테니 그걸 막기 위해 ‘묻지마 면직’ 처리를 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노동조합도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이런 점을 비판하고 SBS-TY홀딩스 경영진부터 결백하다는 점을 증명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사실 이번 일은 예견된 일이다. 경영진은 취임 이래 줄곧 돈타령, 효율화 타령만 했지 사내 윤리 문제엔 무관심했다. 넷플릭스 계약이 불러올 장밋빛 전망만 치적으로 홍보할 뿐, 그에 따른 여러 부작용은 철저히 외면해 왔다. 지난 3월 발표된 <뉴 비전>에도 실무진이 우리 조직문화의 문제점으로 윤리의식 악화를 지적했지만, 몇 개월 동안 경영진은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경영진이 더 이상 뭔가를 숨긴다는 의심을 받고 싶지 않으면, 강도 높은 자체 진상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주명부 대조 등을 통해 진상조사를 실시하면서 그 내용을 노동조합 등과 검토해야 한다. 지난 18일 회사는 뒤늦게 경영진과 대주주가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공지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했는지 등을 노조에 공유해야 투명성이 확보될 것이다. 금융당국 등 수사기관에서 먼저 SBS 직원의 추가적인 불법 주식거래 의혹을 찾아낸다면 끝장이란 생각으로 자체 진상조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20일, 회사는 넷플릭스 계약 공시와 동시에 업무 협약식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20일, 회사는 넷플릭스 계약 공시와 동시에 업무 협약식 사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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