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A&T 조합원들이 ‘노동 환경 악화’와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대표이사 면담을 요청했지만, 김재준 SBS A&T 사장은 끝내 거부했다. 예상 가능한 결과였지만, 거절의 이유는 무성의하기 짝이 없다. 전 영상제작2팀(현 영상제작팀)과 영상취재팀 면담 요청에 대해 사측이 내세운 거절 이유는 각각 달랐지만, 구질구질한 변명이라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먼저 전 영상제작2팀 조합원들이 제기한 팀 운영 정상화 요구에 대해 사측은 “대표이사 면담에 앞서 팀장이나 본부장과의 충분한 소통이 우선”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전 영상제작2팀은 지난 2년간 지속적으로 면담 등을 통해 팀장·본부장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노동 환경 악화 등 조직개편 이후 생겨난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울화통이 터지는 마음에 사장 면담을 요구한 건데, 복장 터지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영상취재팀이 요구한 인력 충원에 대해 사측은 “인사 정책과 관련한 사안의 경우 이미 지난 노사협의회를 통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충분히’는 어디까지나 사측의 입장일 뿐, 현장의 조합원들은 팀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데도 사측이 인력 충원을 하지 않는 행태를 전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차기 노사협의회에서 성실히 설명하겠다”는 답변 또한, 죽어 말라가는 직원들을 외면한 채 3개월 시간을 벌겠다는 말장난으로만 여겨진다.
|핵심은 인력난으로 인한 노동 조건 악화
지난 노보(372호) 발행 이후 전 영상제작1팀(현 영상제작팀)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간담회를 요청해왔다. 조합원들의 간담회 요청이 잇따르는 것은 팀 운영과 채용 문제가 특정 부서만의 문제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 영상제작1팀 조합원들 역시 열악한 업무 환경과 저하된 노동 조건의 근본 원인이 바로 인력난에 있다고 지적했다. “팀 내 인원이 계속 줄어들었고 심지어 곧 안식년에 들어가는 선배가 3명인데 이대로라면 노동 조건의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라는 것이다.
특히 <인기가요>에서 파생하는 문제들을 토로했다. <인기가요>는 SBS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카메라 감독의 노하우와 헌신이 프로그램 질을 좌우한다. 하지만 프로그램 기반이 무너질 정도로 노동 조건 악화 문제가 커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인기가요>를 만들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딱 제작 시간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각 출연자의 비트와 안무에 따른 동선, 템포, 카메라 위치 등등을 파악하려면 제작 전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사측이 이를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고강도 근무 환경인만큼 업무 배정 등 팀 운영상 배려가 필요한데, 배려는커녕 절대 인력이 부족하니 각종 문제가 도미노처럼 발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노동조합이 나서야"
조합원들은 “현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신입 채용과 근무 환경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사측이 개별적 조합원 면담을 거절하는 상황이라면 조합이 대표로 나서서 사측과 면담을 해야한다”고 강조하며, 조합에 더 강경한 투쟁 목소리를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채용 문제와 노동 환경 악화가 모두 사측의 방치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며, 향후 사측의 반응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전 영상제작1팀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사장 면담 요청 공문을 추가 발송했으며, 이후 진행 상황을 조합원들께 상세히 보고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