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윤태 PD 수상 소감

방송 이후 저희 프로그램에 많은 분들이 과분한 칭찬과 격려를 해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칭찬받아야할 사람들은 이 사안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해온 대안 언론들과 용기 있게 나서서 증언해주신 제보자들, 무엇보다 지난 1년간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싸워온 유가족 분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히려 저는 이 사건 취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이번 방송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우리 사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작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한 사람이 크게 다쳤고 결국 사망했습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국가공권력에 의해 국민이 희생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책임지지 않았고 인간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사건 초기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고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우리 사회의 다른 불합리한 사안들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이 사건 또한 문제해결의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백남기 어르신의 죽음은 단순히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사고로만 보고 지나쳐서는 안 되는 사건입니다. 잘못된 정부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국민들을 힘으로 짓눌러버리는 박근혜 정권의 비민주적인 행태가 지속되어 오면서 언젠가는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참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방송을 통해 ‘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나기 않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 답은 백남기 어르신의 삶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눈물은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떳떳하게 네 생각을 말해라.”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그 불통의 목적이, 다름 아닌 ‘권력의 사유화’ 라는 파렴치한 범죄행위였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백남기 어르신이 자신의 삶과 죽음을 통해 몸소 보여주신 것처럼,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매일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여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가 바로 세워진 나라에서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당연시되는, 더 이상 ‘사람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