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중 유일한 적자

“경영실패 원인은 지속 불가능한 지주회사 구조”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가 지난 해 지상파 3사의 경영성적표를 확인한 결과, SBS만이 나홀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상파 3사 공히 독과점 우위 소멸과 광고매출 축소,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로 인한 제작비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음을 감안하면 SBS의 나홀로 적자는 명백한 경영실패로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안팎에서 밀려드는 위기의 파도 속에 ‘소유경영 분리’ 원칙까지 유보하며 ‘책임 경영’ 실현 약속을 믿고 대주주의 이사회 의장 취임을 용인했던 노동조합도 낙제수준인 나홀로 적자의 경영 성적표 앞에 조합원들에게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하반기 드라마 부문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SBS는 100억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됐던 KBS와 MBC는 각각 99억과 38억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외부 경영 요인에도 유독 SBS만 적자에 허덕인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조합은 그 동안 수없이 지적했던 잘못된 지주회사 구조와 이를 통한 부당한 이익 유출이 지상파 3사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춰도 모자랄 민영방송 SBS를 적자로 몰아 넣었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조직구조를 가진 KBS는 지출경비 축소 등으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했지만, 이미 쥐어짤 만큼 쥐어짜 더 이상 나올게 없을 정도로 빡빡한 SBS의 현실에서 비상경영의 단골메뉴였던 경비 축소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MBC는 콘텐츠 판매를 담당하는 자회사 유보금을 이전해 적자 부분을 메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BS는 눈 앞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도 SBS의 콘텐츠를 통해 막대한 이익 유보금을 쌓아놓은 콘텐츠허브에서 십 원짜리 동전 한 닢도 지원받을 수 없는 지주회사 체제에 묶여 있다.

재주는 SBS가, 돈은 홀딩스가…

이런 상황에서 계열사인 SBS가 지주회사인 미디어 홀딩스의 기능을 전적으로 대행하면서도 오히려 막대한 금액을 경영자문료로 지급해 온 부당한 관행이 경영위기를 악화시킨 것으로 노동조합은 판단한다. SBS는 홀딩스 대신 여타 계열사의 경영기획 등의 기능을 총괄적으로 대행했지만, 오히려 홀딩스에 분기별로 4억원씩 총 16억원을 경영자문료로 지급했다. 거꾸로 홀딩스로부터 자문료를 받아야 할 부분이다. 여타 계열사들도 실질적 기획 및 경영자문 역할을 대행한 SBS로 지급해야 할 십 수억원대 자문료를 관행이란 이유로 미디어 홀딩스에 지급했다. 이렇듯 부당한 지주회사 체제의 거래 관행만 바로 잡았다면 적자폭의 상당 부분을 상쇄하고 남았을 일이다.

지주회사 체제 개선해야 안정적 흑자 가능

여기에 제대로 된 계약서도 없이 집행된 SBS의 부당한 계열사 지원과 타 계열사에 대한 퍼주기 계약만 정상화했어도 흑자 전환이 가능했다. 만약 콘텐츠 판매 관련 각종 권한을 위탁하지 않고 SBS가 직접 영업했더라면 외부 경영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추가 성과급 지급까지도 가능한 큰 폭의 흑자도 불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노동조합의 진단이다.

노동조합은 처참한 2016년 경영 성적표는 기존의 부당한 지주회사 구조가 완전히 수명을 다했다는 명확한 물증이라고 판단한다. 허울뿐인 그룹의 외피를 두른 채 SBS 구성원들에게 부당한 출혈을 강요하는 것은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SBS의 이해에 반하는 체제를 유지한 채 SBS의 구성원들에게 최선을 다해 봉직하라는 건 더 이상 합리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못한 행위임이 명백하다.

사측은 올해 경쟁력 강화를 통한 ‘TURN AROUND’를 경영목표로 제시했다. 그 목표에 부합하는 가장 합리적 경영 행위는 지속 불가능한 체제와 완전히 결별하는 것이다. 2017년은 SBS 미래를 위해 지속 가능한 체제를 재구성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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