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홀딩스는 자중하고 ‘태영 위기 전이’부터 해결하라
지난 13일 목동 사옥에서 SBS 창사 34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뜻깊은 날이니만큼 노동조합은 이 자리에 참석해 회사의 영속성을 기원하며 끝까지 행사를 함께 했다. 그런데 이날 유독 눈에 띄는 생경한 인사가 있었다. SBS 경영위원 급이 포진한 2열에 앉아 있던 홍안의 남성이었다. SBS 경영위원뿐 아니라 계열사 사장들은 그를 향해 깍듯하게 인사했다.
노동조합이 확인해보니 윤석민 TY홀딩스 회장의 사위이자 TY홀딩스 경영관리실장이었다. 사내망에 TY홀딩스 사장과 부사장도 검색이 되는데, 경영관리실장은 공란으로 비워져있다. 검색이 되지 않은 ‘특별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번 창사 기념식에는 그동안 축사를 맡아온 윤세영 창업회장 외에 윤석민 TY홀딩스 회장이 오랜 만에 참석했다. 2017년 대주주가 경영과 소유의 분리를 선언하며 발을 끊은 지 8년 만이다. 여기에 더해 TY홀딩스 임원들도 대거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창업회장이 일궈낸 SBS 생일날 지주회사 임원들이 함께 축하하는 모습은 시기에 따라서는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묻고 싶다. TY홀딩스는 SBS 경영진이 IMF 상황보다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하는 이 시점이 다함께 모여 잔칫상을 차릴 때라고 보는가? 더군다나 대주주 三代를 위시한 채 말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SBS미디어그룹에 미친 직간접적인 악영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TY홀딩스가 SBS 자회사 여럿을 동원한 흔적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정녕 노동조합이 이를 몰라서 가만히 두고 보고 있는 거라 생각되는가.
한때 황금알을 낳는 알짜 회사로 불리던 SBS미디어넷의 구성원들은 지금 심각한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려 있다. ‘태영 살리기’에 동원됐다가 애먼 구성원들이 직격탄에 노출된 것이다. TY홀딩스 자회사였던 미디어넷은 2022년에만 125억 원의 흑자를 낸 건실한 회사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2023년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는 사업장의 사모사채를 253억 원에 매입하더니 그 해 15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태영 사태에 현금 인출기 신세로 전락한 미디어넷은 급기야 1623억 원에 스튜디오프리즘으로 넘어가기에 이르렀다. 그 돈 역시 태영 사태에 투입된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미디어넷은 올해도 수십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최근 한 증권사는 “미디어넷의 적자가 여전히 부담”이라며 SBS의 목표 주가를 하향했다. 미디어넷 사측은 학자금 지원 폐지는 물론 직원들 밥 굶기지 않겠다며 창업 회장이 시작한 ‘창사미 지급’마저 유보하는 안을 제시할 정도로 직원들에게 고통 분담을 강요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TY홀딩스는 창사기념일에 몰려와 박수칠 생각이 드는가. 외려 작금의 상황이라면 태영 사태로 그룹 내 피눈물 나는 곳은 없는지 살피고 보듬는 일부터 해야 하는 것이 지주회사의 업무이자 의무 아니겠는가. 다 같이 잔칫날 모이는 건 그 이후에 할 일이다.
2024년 11월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