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범죄자를 사외이사로 내리 꽂나!
고위 검찰 출신 최윤수 씨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해 달라는 안건이 주주총회에 올랐다. 사측 추천을 받은 최 씨가 누구인가.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2차장을 지내며,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데 관여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2022도3014)을 받은 사람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블랙리스트 관련 업무 중단을 건의했으나 최 씨가 계속 지시한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 항소심 재판부가 최 씨를 향해 “범행 내용과 수법, 피해 정도를 봤을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일갈했을 정도다.
방송법 등을 보면 방송사는 민주적 여론형성, 국민문화 향상 등에 이바지해야 한다. 그런데 사측은,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문화예술인들을 말살시키려한 범죄자를 이처럼 막중한 의무를 가진 지상파 방송사의 이사진에 끼워 넣으려 하고 있다. 더욱이 최 씨에게 감사위원 자리까지 맡기려하고 있다. 감사위원은 회계 결과 등을 검토해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죄질이 불량’한 범죄자한테 경영 감시를 받겠다는 건데, 도대체 누가 이런 해괴한 결정을 내린 것인가? 사장인가? 대주주인가?
이번에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이 교체되는 건 주주와 회사가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각각 1명씩 그만두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한 달 전부터 이사진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 사임이 예정된 주주 추천 사외이사 1명의 후임도 주주 추천(대주주가 아닌 2대 주주 이하를 뜻한다)으로 선임하는 게 옳다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에 포함되도록 노력한다>는 2021년 노사 합의를 터 잡아 이번에 약속을 지켜달라고 사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사측은 조합의 모든 의견을 깡그리 무시했다.
조합은 범죄자를 사외이사로, 나아가 감사위원에까지 선임하려는 건 사측의 의사 결정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해당 안건 등이 주주총회(3월 28일)를 통과하면, SBS 이사진은 회사 추천 7명(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3명)과 노조 추천 1명(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된다. SBS 이사진이 사측에 심각하게 경도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조합은 이 같은 불균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리판단을 못하는 사측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최윤수 씨는 무슨 양심이 있어 사외이사 직을 수락한 것인가. 권력으로 문화계를 짓밟은 당사자가 K-컬쳐 발전에 앞장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사외이사로 오겠다는 건 도대체 얼마나 뻔뻔한 철면피여야 가능한 일인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2022년 12월)을 받았다고 자신의 모든 죄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건가. 흡사 조폭이 경찰이 되겠다고 달려드는 막장 영화를 보는 듯하다. 법률전문가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 있다면 최 씨는 하루 빨리 사외이사 후보직을 사퇴하라. 사측도 제발 정신 차리고 최소한 상식선에 있는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라.
2025년 3월 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