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 직원 쥐어짠 경영진, 자신들의 허리띠는 일찌감치 풀다
-비상경영 선포 1년을 맞아- 

지난 16일 사내 게시판에 SBS 경영진 이름으로 해괴한 공지가 올라왔다. 가타부타 별다른 설명도 없이 SBS 목표 주가를 상향한 증권사 리포트 4개를 첨부해 공지한 것이다. 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그만두자 옳다구나 하며 범죄자 최윤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걸 보면 사측의 경영은 주주친화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데, 직원들한테 SBS 주식을 사라는 건지 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행태였다. 

그래도 짐작을 해보면, 2~3분기부터 턴어라운드를 통해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는 증권사들의 전망을 자신들의 경영실적으로 자랑하고 싶은 게 속내일 테다. 미래 기대감을 먹고 사는 주식시장의 전망에 일희일비하는 경영진의 참을 수 없는 그 가벼움은 차치하고서라도, 이제는 경영진이 과연 SBS미디어그룹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두려움이 엄습한다. 1분기 경영실적은 연결 기준 적자가 69억 원이고, 방문신 사장 취임(23년12월1일 종가 25,600원) 이래 SBS 주가(25년5월16일 종가 23,750원)는 내려갔다. 

딱 1년 전 경영진은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폼 잡고 허세부리지 말라고 해서, 직원들은 소액의 광고주에게까지 머리를 조아리며 광고를 따온다. 비상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힘을 합쳐달라는 요청에 경영과 기술직군은 퇴직한 동료들의 업무까지 떠맡아도 묵묵히 견디고 있다. 보도본부는 또 어떤가. 전·현직 수뇌부가 추락시킨 SBS 뉴스의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구성원들이 온몸으로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PD들은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두 발 벗고 직접 투자비를 끌어오고 있고, 주변엔 프로그램 2~3개씩 도맡은 라디오PD 찾기가 어렵지 않다. 우리들이 뼈를 깎고 살을 뜯어가며 만들어 가고 있는 <불황형 흑자>라는 뜻이다. 정확히는 <불황형 BEP(손익분기점)>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래는 더 어둡다. 작년 연말 44명(SBS-A&T-스튜디오S)이 희망퇴직을 했고, 자연 퇴직자까지 합치면 퇴직자 수는 헤아리기 어렵다. 그런데 사측의 올해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보면, 그 수가 터무니없다. 심지어 몇 년 째 신입 채용을 안 한 대부분 직군에선 올해 경력 채용 계획조차 없다. 쥐어짜는 걸 넘어 아예 일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지경까지 내몰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놓고도 경영진은 SBS의 겉만 보고 긍정 예측한 증권사 리포트를 떡하니 사내 게시판에 올려놓고 자기들끼리만 샴페인을 터뜨렸다. 솔선수범하겠다며 비장하게 24년 4분기 급여 20%를 반납했던 경영진의 결의는 25년 1분기부터는 찾아볼 수 없다. 직원들 업무추진비를 깎고 미래에 대한 투자인 교육훈련비도 없앤 경영진이 자신들의 월급부터 슬그머니 원상회복시킨 것이다.   

자본시장에 대한 일말의 이해력도 없는 무능한 경영진에게 경고한다. 증권사 리포트를 보고 시시덕거릴 시간에 주변 구성원들이 어떤 수준으로 처참하게 일하는지 둘러봐라. 비상계획을 푸는 건 능력 밖이라 기대도 안 한다. 그냥 직원들이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인력만이라도 충원을 하라. 적정 수준의 직원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SBS의 미래를 갉아먹는 대가로 주가 100원, 200원 올랐다고 좋아할 구성원은 아무도 없다.

2025년 5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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